한국 진출 쉬인, SPA브랜드는 안전지대…“동대문 브랜드 타격”

한국 진출 쉬인, SPA브랜드는 안전지대…“동대문 브랜드 타격”

기사승인 2024-06-25 14:00:02
24일 서울의 한 SPA브랜드 매장. 사진=심하연 기자

무섭게 커지는 중국 이커머스가 국내 패션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쉬인은 한국 공식 홈페이지를 개설하며 한국 시장에 직접 발을 들였다. 이후 쉬인의 서브 브랜드인 ‘데이지(Dazy)’의 첫 글로벌 앰배서더로 한국 배우 김유정을 발탁했다. 이후 최근 “한국의 패션 스타일이나 접근성을 고려해 본격 진출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쉬인의 국내 경쟁사 격인 신성통상의 탑텐이나 이랜드의 스파오, 삼성물산 패션부문 에잇세컨즈 등 국내 스파(SPA)브랜드는 최근 호실적을 쓰고 있다. 치솟은 물가로 인해 패션계가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지만, 저렴한 가격과 무난한 디자인 등으로 고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탑텐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5% 신장한 9000억원을 기록하며 올해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에잇세컨즈도 지난해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한 3000억원의 매출을 내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에잇세컨즈의 매출은 삼성물산 패션 부문 전체 매출 증가율(2.5%)의 네 배가 넘는다. 스파오는 코로나19와 경기 불황 속에서도 성장했다. 실제 스파오의 최근 3년간 매출은 지난 2021년 3200억원에서 지난해엔 4800억원을 기록했다. 고물가에 국내 토종 스파브랜드 인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 쉬인도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 것이다.

쉬인에서 악세사리와 옷을 구매한다는 이모(22·여)씨는 “아무래도 요즘같은 고물가 시대에 돈을 많이 쓰기는 쉽지 않다”며 “쉬인의 존재는 몇 년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최근에 상품 종류가 굉장히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이어 “요즘 제 또래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트렌디한 디자인의 옷들이 많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구매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국내 스파 브랜드는 쉬인의 한국 진출로 인해 당장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스파브랜드 관계자는 “물론 소비자가 스파브랜드를 찾는 이유 중 하나가 합리적인 가격대인 것은 맞지만, 디자인과 퀄리티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며 “쉬인에서 취급하는 옷의 장르와 스파오나 탑텐 등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스파브랜드에서 주로 내놓는 상품은 약간 다르다”라고 말했다. 저렴한 가격만 내세우는 것은 현재 국내에서 그닥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어 “쉬인의 고객층은 보통 10대~20대 여성에 집중되어 있고, 국내 스파브랜드는 성별에 관계없이 다양한 연령층이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 겨냥하는 고객 층도 다르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스파 브랜드가 아닌 중국에서 의류를 가져다 판매하는 입점 셀러, 이른바 동대문 쇼핑몰 비중이 높은 에이블리와 브랜디 등 국내 이커머스 쇼핑몰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쉬인이나 알리·테무·샵사이다 등이 중국산 의류를 더 저렴하게 판매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당장 쉬인이 국내 이커머스를 심각하게 위협하지는 않겠지만, 저가 의류로 경쟁하는 쇼핑몰이 많은 플랫폼 특성상 가격에서 경쟁력을 잃으면 내세울 게 많지는 않다”며 “구매 접근성이나 환불 제도 등을 내세울 수 있겠지만, 최근엔 해외직구 자체가 소비자에게 너무 친숙해졌기 때문에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디자인 모방 등 지적재산 침해 문제도 지적했다. 관계자는 이어 “또 우려되는 것 중 하나는 국내에서 잘 나가는 디자인과 흡사한 제품을 만들어 싸게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옷 디자인 특성상 카피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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