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석유화학 지원책…정부 “이해관계 제각각, 합의 어려워”

늦어지는 석유화학 지원책…정부 “이해관계 제각각, 합의 어려워”

- 지난 4월 TF 출범, 6월 말 대책 마련은 불가능
- 석유화학기업별·품목별 이해관계 달라 시간 걸려
- 덩치 큰 M&A 난항, “정부 거시적 조정 역할 必”

기사승인 2024-06-28 06:00:25
롯데케미칼 울산공장 전경. 롯데케미칼 

석유화학업계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TF(태스크포스)를 꾸리고 종합지원대책을 마련할 예정이지만 끝 모를 부진에 논의가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4월 산업통상자원부 중심으로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석유화학기업과 산학연 전문가들이 모여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협의체(TF)’를 출범한 바 있다. 당시 몇 차례 논의를 거쳐 중장기 전략을 포함한 종합지원대책을 6월 말쯤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이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석유화학의 경우 소속된 기업이 많고 NCC(나프타분해설비)뿐만 아니라 다운스트림 기업까지 포함하면 다루는 품목도 많아져 특정 이슈에 대한 이해관계가 상이해 여러 소통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면서 “(종합지원대책을) 6월 말 발표라고 특정한 것은 아니나 현재 국가산업단지를 다니며 주제별로 소통을 하고 있는 단계로, 대책을 언제 발표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미지수”라고 말했다.

종합지원대책의 큰 틀은 주요 기업들이 제출한 사업 재편 계획 등을 바탕으로 기업 간 M&A를 지원하고,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을 위한 R&D(연구개발)을 지원하는 내용이 골자다. 중국 범용 제품의 저가 공세, 중국 내 자급률 상승 등으로 인해 PP(폴리프로필렌)·PE(폴리에틸렌) 등 범용 제품만으론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사업 재편용 M&A에 나서는 기업에 양도세·취득세 등을 감면하고, 석유화학 기초원료인 나프타 등의 관세율 0% 조치를 연말까지 연장하는 등 세제 혜택과 동시에, 친환경 전환에 따른 환경 규제 완화, 산업단지 내 폐기물·용수 처리 효율화 등 비용 절감도 유도할 계획이다.

다만 산업부의 설명대로 석유화학기업 수가 많은 탓에 효율적인 대책이 추진되고 있지는 못한 상황이다.

익명을 요청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작게는 산단 내 전력·용수·폐기시설 등을 함께 사용하자는 효율화 방안에 대해서도 기업마다 놓인 상황이나 계약 조건 등이 달라 쉽게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는 구조”라며 “정부가 각종 지원을 위해 노력 중인 것은 이해하지만 주제별·기업규모별 필요한 정책들에 대해 좀 더 세분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설비 매각 및 M&A에 대한 고심도 깊어가고 있다. LG화학은 여수 NCC 지분 매각과 관련해 해외 업체와 검토를 진행하고 있으며, 롯데케미칼도 말레이시아 석유화학 제품 생산 기지인 LC 타이탄을 매물로 내놨으나 업황 불황에 거래가 쉽지 않아 매년 매각설에 그치고 있다. 

또다른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에서도 자급률이 100%를 웃돌 만큼 전 세계적으로 범용 석화제품에 대한 불황이 지속되고 있어 매수자 자체를 찾기도 쉽지 않은 판국”이라며 “투자 규모나 업황 등을 고려하면 M&A 난이도가 쉬운 편이 아닌 데다 우리나라에선 공정거래 등 문제도 걸쳐 있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도 주도적으로 나서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사업을 재편하는 과정이 해결되지 못하다 보니 기업들은 적자 속에서 R&D 투자를 단행하는 형태다. LG화학의 지난해 R&D 비용은 2조857억원으로 2022년 1조7799억원 대비 증가했으며, 롯데케미칼 역시 R&D에 1203억원(전년 1024억원)을 투입했다. 

이에 석유화학업계는 지난 20일 산업부 강경성 1차관 주재로 열린 업계 간담회에서 고부가가치 및 친환경 제품 전환에 필요한 R&D 비용 지원, 세제, 규제 개선 등 분야의 정부 지원을 건의한 바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고부가가치·친환경 제품 전환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고, TF 출범 전부터 석화기업들의 R&D연구소를 방문해 ‘R&D 지원이 필요하면 언제든 요청해 달라’고 말씀을 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초 2025년 이후로 내다봤던 석유화학업계의 반등시점을 2028년 이후로 보고 있다. 그만큼 상황이 악화일로(惡化一路)를 걷고 있는 셈이다.

조용원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내 자급률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국내 기업의 마진이 크게 떨어진 채 장기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석유화학기업들과 현황을 살펴보고, 사업영역을 거시적으로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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