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공장, 위험성평가 ‘우수’로 산재보험료 감면받아

아리셀 공장, 위험성평가 ‘우수’로 산재보험료 감면받아

기사승인 2024-07-01 10:29:32
지난달 25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아리셀 공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토안전연구원,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관리공단 등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대형 화재로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이 지난 3년간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으로 인정받아 산재보험료 감면 혜택도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주영·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아리셀은 2021년 2월부터 지난 2월까지 3년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으로 선정됐다.

위험성평가는 사업장이 스스로 유해·위험 요인을 찾고 개선하는 과정으로, 법에 따라 사업주는 근로자가 참여하는 위험성평가를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사업주가 위험성평가 인정신청서를 제출하면 안전보건공단은 심사를 거쳐 적합한 사업장에 대해 증명서를 발급한다.

2020년 설립된 아리셀의 경우 이듬해 2월 공단에 위험성평가 인정 심사를 신청했고, 인정 기준인 70점을 웃도는 81점을 받아 같은 달 우수사업장에 선정됐다. 이어 2022년과 2023년에 이뤄진 사후 심사에서도 각각 88점과 75점을 받아 지난 2월까지 3년 연속 인정을 받았다.

박홍배 의원실에 따르면 공단은 아리셀에 대해 “안전보건관리를 위해 위험성평가 기법을 도입하며 근로자의 안전보건 관리, 향상 유지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위험성평가 인정을 통해 아리셀은 산재보험료 감면까지 받았다. 정부는 사업주의 산업재해 예방활동을 유도하기 위해 근로자 수 50인 미만 제조업 등 사업장이 위험성평가나 사업주 교육을 실시하고 인정받은 경우 산재보험료를 감면해주고 있다.

아리셀의 경우 위험성평가 인정 덕에 2022년엔 ‘기타전기기계기구 제조업’의 일반 산재보험요율인 0.6%에서 17% 낮은 0.498%를, 2023∼2024년엔 20% 낮은 0.48%의 보험료율을 적용받았다.

3년간의 감면액은 총 580만4230만원으로, 김주영 의원실은 “이번 사고가 인정유효기간 이후에 발생한 것이어서 감면 보험료 반환 의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참사 이후 아리셀 사업장의 안전보건 허점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위험성평가 및 당국의 인정 절차가 실효성 있게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번 희생자들과 같은 파견 노동자들의 경우 위험성평가에 참여가 어려워 노사가 함께 실시한다는 데 의미가 있는 위험성평가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용역업체를 통해 아리셀에 투입된 근로자들이 별도의 안전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경찰이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경기남부경찰청 아리셀 화재 사고 수사본부는 불이 난 지난달 24일까지 아리셀에서 근무한 이들이 “안전교육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고 비상구가 어딨는지도 몰랐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현재까지 20여 명의 참고인을 불러 화재 당시 상황 및 평소 아리셀의 근로 체계, 안전 관리 등 전반을 조사했으며,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도 안전교육이 미비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경찰은 지난달 26일 아리셀 등에 대한 강제수사로 압수한 서류와 전자정보 등에 관한 분석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압수물 분석을 마치기까지는 2~3주가량이 소요될 전망이다. 분석 과정에서 필요할 경우 박순관 아리셀 대표 등 주요 피의자가 소환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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