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무한 가치”…미래산업 이끌 나노기술 집대성 [가봤더니]

“보이지 않는 무한 가치”…미래산업 이끌 나노기술 집대성 [가봤더니]

- 나노코리아 2024, 7월 3~5일 킨텍스서 진행
- ‘10억분의 1’…nm, 반도체·헬스케어 등 미래 좌우
- 탄소나노튜브 등 ‘무게↓·강도↑·친환경’ 소재 주목

기사승인 2024-07-04 11:02:12
제22회 국제 나노기술심포지엄 및 융합전시회(나노코리아 2024)가 지난 3일부터 오는 5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김재민 기자 

“정밀 혈압 검사나 심혈관계·근골격계 검사 등을 이 얇고 유연한 패치 하나로 실시간 분석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하 ETRI) 관계자가 패치형 유연인장 혈압 모니터링 센서 등 혁신 나노기술을 소개하며 한 말이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나노 단위의 소재·기술은 현재의 일상을 넘어 미래를 이끌 주요 기술로 거듭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주최하는 제22회 국제 나노기술심포지엄 및 융합전시회(나노코리아 2024)는 지난 3일부터 오는 5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되고 있다. △나노 △접착·코팅·필름 △레이저 △첨단세라믹 △스마트센서 등 5개 분야의 350여 개 기업·연구원·기관, 700여 개 부스가 참여했다.

나노 파트 행사장 가장 안쪽에 위치한 삼성전자는 메모리, 시스템LSI, 파운드리 등 분야 주력 기술과 제품을 선보였다. 지난해 선보였던 AI(인공지능) 기술 혁신을 이끌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HBM3E Shinebolt(샤인볼트)’와, 기존 메모리 모듈 대비 고성능·고용량·저전력·작은 폼팩터 등을 지원하는 ‘LPDDR5X CAMM2’ 등을 선보였다. 

LPDDR5X CAMM2의 부피는 2059mm²로 기존 DDR5 SODIMM 메모리(5616mm²) 대비 작고, 속도는 최대 9600Mbps(초당 메가비트)로 높였다. 전력도 DDR5 SODIMM(1배) 대비 대기전력 기준 0.3배로 낮아 향후 PC·노트북 D램 성능을 한층 끌어올릴 디바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소개한 패치형 유연인장 혈압 모니터링 센서(왼쪽)와 실제 측정 화면(오른쪽). 사진=김재민 기자 

삼성전자 바로 옆 부스에 위치한 ETRI는 나노미터 크기 칩을 기반으로 한 헬스케어 등 관련 기술을 선보였다. 심혈관계·근골격계 모니터링부터 스마트기기·로봇용 센서에도 접목이 가능하다.

ETRI 관계자는 패치형 유연인장 혈압 모니터링 센서를 시현하며 “피부처럼 얇고 유연하게 늘어나는 패치 형태의 소자를 흉부에 부착하면 심전도(ECG)는 물론, 심탄도(BCG, 심장박동 세기)까지 측정이 가능해 편리하게 혈압 등 심혈관계 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면서 “움직임을 최소화할 필요가 없고 몸에 연결하는 선이 없어도 돼 편의성이 높으며, 향후 여러 변수에도 높은 정확도를 나타낼 수 있도록 기술연구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로 옆의 나노융합R&D성과홍보관에선 나노기술 관련 주요 기업·기관의 R&D(연구개발) 동향 및 성과가 전시돼 있다. 비나텍(주)이 주관·연구 중인 ‘고결정/고전도성 화학적 박리그래핀(탄소동소체 나노물질) 제조 등’은 에너지 밀도를 높여 이차전지용 양·음극재 및 도전재 응용, 전기차·미래형 모빌리티 등 고에너지밀도 이차전지에 급속충전 등 형태로 응용이 가능하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사진 중앙에서 왼쪽)과 이창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오른쪽)이 지난 3일 ‘나노코리아 2024’ 나노융합R&D성과홍보관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김재민 기자 

한국기계연구원이 주관·연구 중인 ‘친환경 가스센서-배터리 소재 및 폐기 가능 복합 모듈 제조기술 개발’은 환경오염 모니터링의 패러다임을 전환, 높은 성능의 살포형 대기오염 센서를 통해 더 넓은 범위의 공공 유해가스를 감지하도록 한다. 특히 폐기 시 회수의 어려움·환경오염을 고려해 자가 분해 트리거 기능 패키지 소재를 통해 생분해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실제로 해당 연구 전시 자료 하단에는 생분해가 진행되고 있는 전극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미래 전기차 필수 소재로 주목받는 탄소나노튜브(CNT) 관련 기술력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탄소끼리 결합돼 튜브 형태를 이루고 있는 물질인 CNT는 튜브 직경이 나노미터 수준이지만, 강도·전기전도도 등 물리적 성질이 뛰어나고 튜브 지름에 따라 도체·반도체 여부가 나뉘어 차세대 물질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선 세계 유일하게 CNT 풀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는 제이오는 MWCNT(Multi Wall CNT)와 함께, MWCNT보다 직경과 Wall(벽) 수를 줄인 TWCNT(Thin Wall CNT)를 독자 개발해 양산공급하고 있다. 제이오 현장 관계자는 “20년 이상의 CNT 생산 경험을 토대로, 적은 함량으로 높은 성능을 구현하는 CNT를 제공하기 노력하고 있다”면서 “가장 얇은 수준의 SWCNT(Single Wall CNT)는 현재 러시아 기업에서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데, SWCNT의 원가 문제를 해결하면서 성능을 높여 대량생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제이오 현장 부스에 전시돼 있는 탄소나노튜브(CNT) 유형. 사진=김재민 기자 

이밖에 종이·제지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는 무림의 계열사 무림P&P는 펄프에서 추출한 셀룰로오스를 10억분의 1로 쪼갠 나노화학 물질 ‘나노셀룰로오스’ 제조 공정을 확보한 바 있다. 나노셀룰로오스는 하나의 차원이 100나노미터 미만인 섬유로, 무게는 철의 5분의 1 수준이지만 강도는 5배에 달하는 생분해성 소재다. 무림P&P는 향후 자동차 등 고강도 경량 복합소재, 식품포장재용 고투명성·생분해성 기체차단 필름 보급 확대 등으로 적용 분야를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나노셀룰로오스, CNF(탄소나노섬유) 등 나노단위 소재의 성능은 충분히 입증된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제조업 전반에 상용화되진 않은 상태다. 한국섬유기계융합연구원 관계자는 “친환경 아이스팩, 샴푸바 등 공산품부터 산업용 필름, 철도용 방진고무 등 산업 전반에 걸친 적용 범위는 매우 넓으나, 원가 등을 이유로 대량생산 및 상용화에까진 이르지 못했다”면서 “향후 산업화센터 설립 등 국내 기업의 R&D 지원 폭을 확대해 관련 시장 성장에 기여토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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