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괜찮은데요?”
‘페미닌’ 스타일의 얇은 쉬폰 블라우스는 8000원, 스트릿 패션을 표방한 ‘힙스터’ 바지는 1만8000원에 판매한다. 고물가 시대에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가격이다. 20대~30대 초반 여성을 겨냥해 다양한 스타일의 옷을 선보이는 중국 스파(SPA)패션 브랜드 ‘쉬인’이다.
9일 쉬인은 성수동에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팝업 스토어 오픈 첫날인 8일, 매장 내부는 내·외국인 방문객으로 붐볐다. 비가 오는 평일이었음에도 오전엔 입장 대기줄이 생길 정도로 관심이 모였다. 첫날에만 1000명이 방문했다.
쉬인 팝업 스토어는 서브 브랜드인 ‘데이지(Dazy)’의 화보 촬영 공간을 비슷하게 재현해둔 포토존을 지나 이벤트 참여 공간, 제품 판매 공간 등으로 구현했다. 성수동에 있는 대부분의 팝업스토어가 제품 비치보다는 콘텐츠 체험과 전시를 강조한 것과 다르게 쉬인 팝업스토어는 일반 의류 매장과 비슷하다는 특징도 있었다. 선별한 의류 몇 점을 전시처럼 걸어 두는 보통 팝업과는 다른 모습이다.
쉬인 관계자는 “쉬인은 온라인에 집중한 플랫폼이고, 당분간 오프라인 매장 오픈 계획이 없다”며 “직접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 제품을 최대한 많이 보여줄 수 있는 (매장형) 팝업 스토어로 꾸미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쉬인은 한국 공식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데이지의 첫 글로벌 앰배서더로 한국 배우 김유정을 발탁했다. 한국 2030여성 소비자를 겨냥한 의류 제품들을 출시하며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것이다.
업계는 쉬인이 풀어야 할 과제가 ‘저가형 중국 이미지 벗기’라고 입을 모은다. 유해 물질 검출이나 디자인 카피 등 중국 의류 브랜드의 이미지가 좋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을 탈피할 수 있는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쉬인은 브랜드 이미지 재고를 위해 ‘직접 보여주기’를 선택했다. 이날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김민정(24·여)씨는 “쉬인은 초저가형 옷을 판다고 주위에서 말만 들어본 브랜드”라며 “가격이 5000원~6000원인 제품도 많아서 당연히 정말 질 낮은 옷을 판매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직접 와서 보니 생각보다 괜찮아서 놀랐다”고 전했다.
이어 “일부 마감 처리가 아쉬운 옷들도 있지만, 현재 한국에서 같은 퀄리티로 판매하는 옷보다 약 2~2.5배는 저렴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쉬인 제품 가격은 한 눈에 확인해도 저렴하다. 티셔츠는 대부분 만원을 웃돌고, 치마나 하의도 1~2만원대 제품이 가장 많다.
국내 패션업계는 쉬인의 한국 진출이 국내 패션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 스파브랜드 관계자는 “고객이 옷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디자인이나 퀄리티”라며 “국내 인기 스파브랜드가 취급하는 옷의 장르는 쉬인에서 내세우는 제품과 분야가 다르다”고 말했다. 저렴한 가격만 내세우는 것으로 국내 패션업계를 장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다.
다만 중국에서 의류를 가져다 판매하는 입점 셀러, 이른바 동대문 쇼핑몰 비중이 높은 지그재그나 에이블리 등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에이블리는 지난달 일 사용자 수(DAU)가 200만 명을 돌파하고, 지난달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하는 등 순항길을 걷고 있다. 전체적으로 아직까지 영향력이 크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쉬인이 국내 시장을 공격적으로 노렸을 경우의 파급력은 무시하기 어렵다. 이달 초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이커머스도 알리·테무 등 중국발 C커머스에 영향을 받고 있다. 올해 국내 이커머스 사용자 수는 쿠팡 3010만명, 알리 818만명, 11번가 735만명, 테무 580만면 등 순으로 알리가 11번가를 제쳤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쉬인은 저가형 의류, 젊은 여성 타겟, 트렌디하고 포인트가 많은 의류 판매 등 추구하는 색깔이 명확한 브랜드”라며 “유행성, 대중성을 잘 살린 옷들이 많은데다 가격이 싸서 ‘속는 셈 치고’ 사는 고객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어 “쉬인이 한국에 진출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은 반응이 뚜렷하지 않을 수 있어도, 공격적으로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 간다면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라고 덧붙였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