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아동 발생을 방지하는 출생통보제와 이를 보완하는 보호출산제가 19일 첫발을 뗐다. 보호출산제에 반대하는 이들은 국회 앞에 모여 제도 폐지를 요구했다.
보호출산제 폐지연대, 고아권익연대는 이날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이 같은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보편적 임신·출산·양육지원법 제정’을 요구했다.
연대는 “보호출산제는 ‘보호’라는 단어로 위장한 익명출산”이라며 “아동 유기, 고아 양산을 발생시킬 재앙과도 같은 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보호출산제 통과를 촉진한 ‘수원 영아 사망 사건’의 경우 정부의 출생등록제 미시행과 신생아 관리 부실로 인한 비극”이라며 “부모와 형제자매가 있는 희생자 아이는 익명 출산과 유기 고아의 대상이 아닌 출생신고 후 양육을 지원하거나 출생신고 후 입양이 가능한 아동”이라고 말했다.
연대는 보호출산제가 아동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김민정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오늘부터 시행되는 보호출산제는 친생부모의 정보를 익명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태어난 아이는 부모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다”며 “자신의 성과 이름조차 알 수 없다. 부모로부터 출생등록 될 권리는 물론, 뿌리에 대해 알 권리, 자신을 낳아 준 부모에게서 자랄 권리마저 빼앗긴 채 삶을 시작하게 된다”고 말했다.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도 “이 땅에 태어난 모든 아이는 평등하며, 성별·국적·장애 여부·종교 등 관계없이 생명과 존엄·기본권을 차별 없이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며 “유기 피해 당사자로서 우리는 우리가 겪었던 비극적 가족 분리와 단절, 이산의 아픔이 또다시 생겨나지 않도록 유기피해를 조장하는 보호출산제의 위선과 거짓에 의연히 맞설 것”이라고 했다.
위기 임산부가 양육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영창 국내입양인연대 대표는 “보호출산제는 아이, 엄마 그 누구도 보호하지 못한다”며 “산모의 출산 사각지대를 없애고 안정적인 양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포괄적이고 보편적인 양육지원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라”고 강조했다.
연대는 보호출산제를 폐지하고, 보호출산 대신 임산과 출산·양육에 대해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지원에 중점을 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위기 임산부 지원으로 자립을 돕고 아동기본권을 지킬 수 있는 대안 입법을 추진하라고 주장했다.
이날부터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가 동시 시행됐다. 출생통보제는 부모가 출생신고를 원치 않으면 의료기관 정보로 출생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보호출산제는 병원 밖 출산을 막기 위해 가명으로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아이들이 유기되거나 살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