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과분하고 꿈만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치인이라고 하면 막연하게 중장년 이상의 인물을 떠오른다. 과거보다 청년 정치의 영역이 확장됐지만, 여전히 비좁은 청년 정치 현실은 부정할 수 없다. 이 가운데에서도 두각을 보인 인물들은 늘 존재했다. 중장년 위주의 정치판에서 20대 초반 앳된 얼굴로 날 서고 신선한 논평을 만들어 낸 선다윗 더불어민주당 청년 부대변인이 대표적인 예이다.
지난해 4년 만에 개최된 청년 대변인 공개 선발에서 135대1이라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당하게 청년 대변인단에 합류한 그는 다음 달 군 입대를 앞두고 있다. 정무직으로 지난달 이재명 대표의 사임과 함께 물러난 그는 현재 군 입대를 앞두고 체력 키우기에 전념하고 있다. 쿠키뉴스는 지난 17일 민주당 대변인실에서 선 전 부대변인을 만나 그간의 정치 활동과 향후 계획을 물었다.
선 전 부대변인은 지난 1년간 청년 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과분한 관심과 혜택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이제 막 성년을 넘긴 나이로 어느 조직을 가든 막내로 숟가락을 놓아야 할 때인데 다양한 채널들과 소통할 기회를 접했다는 것 자체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일은 아니라며 늘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1년을 정말 꿈만 같은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자신을 ‘성덕(성공한 덕후)’라고 칭하면서 정치 현장을 직접 볼 수 있어 행복했다고도 했다. 그는 현재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 중인 대학생으로 군 전역 후에는 복학해 남은 학업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졸업 후에는 노동 문제에 대한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다가올 미래에는 노동의 개념이 변화하고, 이에 따른 정책적 고민과 대안이 필요한 가운데 이러한 문제를 직접 배우고 싶다는 것이다. 정치도 곧 나름의 전문성을 갖춰야 할 수 있는 일이고, 얼렁뚱땅 인맥이나 바람만으로 정치를 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그이기에 다양한 지식을 쌓고, 실력을 키우고 싶다고 했다.
“배운 정치와 경험한 정치 다소 달라…고요한 바다와 같아”
“‘난교예찬’ 논평, 성공 사례로 꼽고 싶어”
“정치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예술”
선 전 부대변인은 실제 정치와 학교에서 배운 정치는 다소 달랐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를 ‘고요한 바다’에 비유했다. 그는 “바다를 멀리서 봤을 때는 잠잠하고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밑에서는 많은 일이 벌어진다”며 “정치 역시 외부에서 봤을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뒤편에서는 수많은 이들이 치열하게 일하고, 노력하는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정치 현장을 경험하고 나니 그간 가졌던 서운함이나 아쉬움도 해소가 됐다고 했다. 거의 매일 젊은 청년의 시각에서 정치 현안을 바라보고 논평을 내거나 브리핑에 나섰지만 이를 잘 받아 써주는 보도나 정치권의 반향이 크지 않았다는 점에 다소 서운했다는 것이다.
선 전 부대변인은 “청년 대변인 활동 초기 왜 정치권과 언론은 청년들의 목소리에 집중하지 않고 후순위로 두는 것에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국회가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문제를 논의하고 토론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보고나니 생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런 가운데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랩2030’이라는 청년 정치를 상장하는 브랜드를 만들어 △무상 기숙사 △청년 대출 정책 등 청년 정책을 만들어내는 것을 직접 보고는 청년에게 진심이라는 생각을 다시 갖게 됐다”고 부연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청년 대변인 활동으로는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을 겨냥한 ‘난교 예찬’ 논평을 꼽았다. 22대 총선을 앞둔 가운데 국민적 화제를 모았던 이슈인 만큼 그는 스스로 성공한 논평이라고 생각했다.
선 전 부대변인은 “자신이 낸 논평이 널리 보도되고 알려지는 게 대변인으로는 최고의 찬사이자 업적이 아니겠느냐”며 “여러 측면에서 난교 예찬 논평이 굉장히 회자됐던 만큼 성공한 사례로 꼽고 싶다”고 했다. 또 그는 청년이 피해 대상자였던 ‘채상병 사망 사건’과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때도 민주당 내에서 가장 먼저 논평을 내 청년의 문제를 언급할 수 있어 감사할 뿐이라고도 전했다.
선 전 부대변인은 정치가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예술’이라고 답했다. 올해 1월 개봉한 영화 ‘길 위의 김대중’을 관람한 경험을 공유하면서 고(故) 김대중 대통령뿐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 김근태 전 의원 등 선배 정치인들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들을 점차 가능한 일로 바꿨다면서 이러한 모습이 곧 정치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노란봉투법’ 등이 대표적인 정치의 효능감이 실현된 사례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