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정산대금 지연 사태로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티몬·위메프가 생존기로에서 한숨을 돌렸다.
법원이 티몬과 위메프가 신청한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을 2일 승인했다. 이에 따라 두 기업의 회생절차 개시는 한 달 미뤄졌다.
서울회생법원 회생2부(재판장 안병욱 법원장)는 이날 티몬 류광진 대표와 위메프 류화현 대표에 대한 비공개 심문을 열고, ARS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회생절차 개시를 다음달 2일까지 보류하고 자율 협상을 지원하기로 했다. 보류 기간은 1개월 단위로 최대 3개월까지 연장 가능하다.
법원은 ARS 프로그램 진행과 함께 정부 및 유관 기관을 포함한 ‘회생절차 협의회’를 오는 13일 개최한다. 만약 합의에 도달하면 자율협약이 체결돼 법원이 강제하는 회생절차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러나 협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최종 판단한다.
티몬·위메프가 채권단협의회와 합의에 실패하거나 3분의 2 이상에 해당하는 채권을 가진 채권자가 반대하면 ARS는 중단된다. 이후 선택지는 회생 절차 개시와 회생 절차 기각으로 나뉜다.
ARS는 구매자 및 판매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채권자협의회를 구성해 변제 방안 등을 자유롭게 협의하는 절차다. 채무자가 회생절차 개시신청과 동시에 또는 신청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법원에 ARS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관리위원회가 자율 구조조정 협의에 필요한 범위 내 주요 채권자로 구성된 채권자협의회를 구성한다.
앞서 티몬과 위메프는 지난달 29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채권자 수는 티몬이 약 6만명, 위메프가 약 4000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류광진 대표와 류화현 대표는 대표자 심문을 이날 오후 3시부터 약 1시간 동안 비공개로 진행했다. 양사 대표는 서울회생법원 회생2부(재판장 안병욱 법원장) 심리로 열린 기업회생 심문에 출석하면서 “고객과 피해자에게 사죄드린다”며 “피해를 복구할 기회를 달라”고 입장을 밝혔다.
먼저 오후 2시 50분쯤 모습을 드러낸 류광진 티몬 대표는 “최대한 투명하게 회생절차를 진행하고 ARS 프로그램 기회기 주어진다면 피해자 복구와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 티몬의 대표로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전력을 다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또 “회사의 계속기업 가치가 3000억인가 4000억원 정도 많았다”며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게 맞다. 피해가 복구되고 그분들이 일상으로 돌아가 다시 사업과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죽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큐텐 그룹과 별개로 독자 경영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며 “그룹 차원의 노력도 있겠지만 독자적인 생존을 티몬 대표로서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M&A(인수합병)나 투자 유치도 염두에 두고 소통하려 노력 중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출석한 류화현 위메프 대표도 “피해를 본 소비자와 셀러, 스트레스를 받는 전 국민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기업회생이나 ARS가 꼭 받아들여져야 지금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모두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의 해결책만 기다리고 있어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모든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리고 방법을 찾았다”라며 “독자 생존방안 모색을 계속할 것이며, 회생절차에도 적극 임하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구 사장께선 류화현과 류광진의 단독 행동이라고 하시지만 그건 아니다”라며 “이 절차를 통해 피해 회복을 최소화하고 정상화시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진심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위메프의 계속기업 가치는 800억원, 청산가치는 300억~400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두 대표는 법원에 제출한 구체적인 채권단 수와 피해액(채권액)에 대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일각에선 ARS가 승인됐어도 두 회사가 자금조달 계획을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반응이다. 이미 이번 사태로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해 성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관측도 있다. 만일 법원이 회생 절차를 개시하더라도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회생심사를 기각하거나 회생 계획안이 인가되지 않을 경우 회사는 파산한다.
한편 티메프의 미정산 금액은 늘어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티몬·위메프의 판매대금 미정산 규모는 지난 31일 기준 2745억원으로 확대됐다. 정산 기일이 다가오는 6~7월 거래분을 고려하면 미정산 규모는 3배 이상 늘어나 8000억원이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앞서 56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는데, 이르면 다음주부터 정산을 받지 못한 판매자들을 대상으로 대출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또 그간 사각지대였던 이커머스 정산 주기를 축소하고 판매대금을 별도 관리하는 등의 제도 개선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