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서울 중장년 1인가구…2명 중 1명 “도움 요청할 대상 없다”

위기의 서울 중장년 1인가구…2명 중 1명 “도움 요청할 대상 없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서울시 1인가구의 사회적 관계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

기사승인 2024-08-18 06:00:04
쿠키뉴스 자료사진

# 40대 남성 A씨는 ‘고독사’라는 뉴스가 많이 나올 때면 ‘저게 내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과거에 결혼 생각이 전혀 없던 그는 이제는 ‘곁에 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다만 A씨는 “누구를 만나볼까 하다가도 결혼 자금, 집 마련 등이 걱정이다. 그래서 지금은 혼자 사는 것에 순응해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1인가구의 절반 이상(57%)이 집안일 등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 연락할 상대가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연령대별로 보면 중장년 1인가구의 고립감이 상대적으로 더 심해 세밀한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의 최근 ‘서울시 1인가구의 사회적 관계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서울시 거주 1인가구는 156만4187가구다.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38.2%)이 가장 높다. 이는 서울시가 올해 3∼4월 서울에 거주하는 19∼69세 1인가구 1835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1인가구 모든 연령이 ‘심리적 외로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6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에서 ‘내 삶을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을 선택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60대에서는 ‘혼자 아프거나 죽을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을 선택한 비율(22.4%)이 가장 컸다. 

몸이 아프거나 위급할 때 대처에 어려움을 겪는 1인 가구도 많았다. 특히 ‘가사 및 돌봄 문제’로 도움이 필요할 때 연락 대상이 없다고 답한 비율이 56.6%로 가장 높았다. 몸이 아파 집안일을 부탁해야 할 경우 연락할 사람이 없다는 비율도 절반 이상(53.2%)에 달했다. 

보고서는 “몸이 아프거나 위급한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정작 위급 상황에 닥쳤을 때 1인 가구의 절반 가까이는 일상생활 유지를 위한 도움을 주변에서 받기 어려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중장년 1인 가구 방문 상담 사진. 강서구 제공

특히 1인가구인 중년 남성은 도움이 필요할 때 연락할 상대가 없다고 느끼는 경향이 더욱 두드러졌다. ‘갑자기 큰돈을 빌려야 할 경우(34.0%)’ ‘몸이 아파 집안일을 부탁해야 할 경우(36.0%)’ ‘가사 및 돌봄 문제로 도움이 필요할 경우(32.9%); 등 실질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주변의 도움을 받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았다. 연구진은 “혼자 사는 중년 남성 집단의 경제적, 물리적 고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장년 집단의 사회관계 인식 정도는 상대적으로 청년 집단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생활 만족도(대인관계)는 5점 만점에 평균 3.23점이었다. 중장년 여성과 중장년 남성은 각각 3.14점, 3.00점이었다. 청년 남성은 3.43점으로 가장 높았다. 

다만 절반 이상의 1인가구가 앞으로도 계속 혼자 살고 싶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57.1%는 지금처럼 혼자 살고 싶다고 답했다. 특히 중장년 여성은 66.7%가 1인 가구로 계속 지나고 싶다고 답했다. 중장년 남성 57.7%도 1인 가구로 남고 싶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1인가구의 고립 완화를 위한 생활밀착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보고서는 “중장년층의 경우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1인가구로 살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은퇴 이후 삶을 1인가구로 온전히 준비해야 하는 부담을 가지고 있다. 1인 가구는 다인가구에서 가구원 간에 공유되는 역할 분담과 보완이 어렵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더 취약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인가구 중장년층은 정책 지원 대상에서 상대적으로 배제돼 왔다고 생각하고 있다. 경제활동과 세금 납부 등 시민적 의무를 오랫동안 수행해 왔음에도 1인가구로 살면서 받은 혜택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예방적 관점에서의 선제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