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환자는 증가 추세인데 전공의 집단 사직 여파로 인해 20곳 이상의 병원이 응급실 병상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공백 사태 5개월간 이송 병원을 찾지 못해 길을 헤맨 응급환자는 273명에 달한다.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응급의료기관 408곳 중 인력 부족 등으로 응급실 병상을 축소해 운영하는 기관은 지난 2월21일 6곳에서 7월31일 24곳으로 늘어났다. 5월부터 이미 병상을 축소한 곳이 20곳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병상은 줄었지만 응급실 이용 환자는 증가하고 있다. 응급실 내원 환자는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벌어졌던 2월 58만2324명에서 3월 46만2030명으로 크게 떨어졌다. 이후 4월 49만4758명, 5월 52만9130명, 6월 52만8135명으로 다시 늘었고 지난달에는 55만784명의 환자가 응급실에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응급실 환자가 늘어난 이유는 경증 환자들의 경각심이 다시 낮아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연일 계속되는 역대급 폭염과 최근 코로나19 등 감염병의 유행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7월 3째주 226명이었던 코로나19 입원환자는 8월 2째주에 1357명을 기록했다.
의료공백 장기화에 따라 전국 44개 권역응급의료센터를 비롯해 상급종합병원마저도 환자를 돌려보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5월 상급종합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회송된 사례는 총 28만995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4만7465건)에 비해 17.2% 증가했다.
수용 가능한 응급실을 찾지 못하고 헤맨 환자는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 지난 5개월간 273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실이 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4일부터 7월31일까지 중앙응급의료상황실과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을 통해 총 5201건의 전원 요청이 있었다. 이 중 이송이 되지 못한 ‘선정 불가’ 사례는 273건이다.
정부는 응급실 부하 우려가 커지자 경증환자가 응급실을 이용할 경우 의료비 본인 부담을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증환자가 권역응급센터를 내원하거나 비응급환자가 권역응급센터 또는 지역응급센터에 내원할 경우 의료비 본인 부담을 단계적으로 인상해 환자를 분산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