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얻은 불명예 타이틀이다. 90년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였던 일본은 2001년 이후 자살률이 감소해 4위로 내려앉았다. 반면 2003년 OECD 국가 중 자살률 4위였던 한국은 이듬해 1위로 올라 19년간 자살률 1위다. 자살 예방 문화 조성을 위해 한일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였다. 한일 전문가들은 자살 예방 대책이 효과를 보기 위해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역할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이범수 동국대 교수는 20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생명존중·자살예방 한일교류 연구세미나’에서 “올해 1~5월 자살사망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증가 추세다.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한국생명운동연대가 주최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지난 1~5월(잠정치) 자살사망자 수는 6375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1%(5781명) 늘었다. 특히 1월(잠정치) 자살사망자 수는 1331명으로, 1년 전보다 무려 34.9% 폭증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민간과 협력해 자살 예방 정책을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현재의 자살 예방을 위한 전달체계가 ‘정신 건강’ 측면에서 주로 이뤄져 자살 고위험군이 겪는 경제적, 사회·문화적인 어려움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적 차원의 자살 예방 노력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중앙정부는 물론, 지자체와 비정부기관, 학교 및 사업장 등 여러 조직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지역사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역시 지자체의 자살방지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06년 자살대책 기본법을 제정, 총리실 산하 내각부에 자살종합대책센터를 설치하고 기금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자살률을 30% 줄일 수 있었다. 일본 정부는 지역별로 특성이 다른, 자살 우려 대상자들을 직접 관리하도록 2016년 총괄부처를 후생노동성으로 옮겨 풀뿌리 자살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일본 역시 지역에 따라 자살 방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형식적으로만 운영하는 지역도 있어 개선 방안을 찾고 있다고 한다.
이날 발제에 나선 다케시마 다다시 일본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 종합재활진흥센터장은 “지역은 자살 고위험군에게 사회적 지원을 제공하고 후속 케어에 관여한다”며 “또 자살로 남겨진 사람들을 지원하는 것도 자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케시마 센터장은 “지역은 사람들에게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것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지역에서의 사회적 지원은 사회적인 연결을 구축하고 곤란한 일을 대처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자살위험군을 자살 위험으로부터 지켜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최된 종합토론회에서는 박인주생명연대고문이 좌장을 맡아 배미남인천시자살예방부센터장, 양두석안실련자살예방센터장, 조연희보건복지부자살예방정책과사무관, 박기준생명존중희망재단상임이사가 참석해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자살 예방을 위한 한일의 공동연구는 계속될 예정이다. 켄 이노우에 일본 교토시 고치대 보건서비스센터 클러스티 교수는 “한국은 일본과 유사한 시기(1998년, 2003년) 기점으로 자살 사명률이 높게 나타났다”며 “현재 한국은 고령층이, 일본은 청년층이 심각한 자살연령층인데, 한일의 유효한 자살대책이 서로에 유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장종태 의원은 “2000년대 초반까지 OECD 자살률 선두를 더투었던 일본은 국가 차원의 과감한 인프라 구축과 예산 투입으로 지속적인 자살률 감소를 이끌어 내고 있다”며 “자살은 국가적 문제로 인식돼 과감한 인프라 구축과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으로서 생명존중의 가치를 함께 기억하며 따뜻한 미래를 꿈꾸는 ‘살고 싶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