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강박’ 환자 사망사고…“관행적 치료환경 바꿔야”

‘격리·강박’ 환자 사망사고…“관행적 치료환경 바꿔야”

기사승인 2024-08-21 06:00:15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정신의료기관에서 격리·강박 중인 환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적극적인 실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환자를 억압하는 관행적인 치료 환경을 바꿔야한다는 지적이다.

정신장애와인권파도손,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등 환자단체는 20일 국회의원회관 제2공용회의실에서 열린 ‘정신의료기관 사망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정신의료계 환자단체 간담회’에 참여해 정신의료기관의 치료 환경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최했으며 정신의료계 전문가, 대한정신의료기관연합회가 함께했다. 

이정하 파도손 대표는 간담회 뒤 쿠키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오늘 간담회에서는 정신의료기관의 부실한 치료 환경, 인력 부족 등 다양한 문제들을 논의했다”며 “특히 치료로 볼 수 없는 격리·강박을 법적으로 제재할 필요가 있으며 보다 나은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신의료기관의 환경을 바꿔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모았다”고 밝혔다. 

격리·강박으로 환자가 사망하거나 인권을 침해받은 사례는 환자단체 사이에서 오랫동안 문제로 지적돼 왔다. 지난 5월 부천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한 30대 환자가 17일 만에 격리·강박과 약물 과다 투여로 사망하며 정신의료기관의 치료환경 실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23년 11월 인천, 2022년 춘천 등에서도 유사한 사망 사례가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최근 5년간(2019년~2023년) 접수된 격리·강박 관련 진정은 463건에 이른다. 국가인권위원회 격리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정신의료기관을 이용한 환자 중 “과도하고 빈번하게 격리·강박이 이뤄졌다”고 응답한 비율은 24.9%였다. 격리·강박의 주된 이유가 “처벌을 목적으로 시행됐다”고 생각한 비율은 30.7%로 나타났다. 

이 대표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병원의 격리·강박은 관행적이었다”며 “수년 째 정부에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매년 담당자가 바뀌면서 실질적인 제도 변화는 없었다”고 호소했다. 이어 “격리·강박은 인력이 부족한 일부 병원에서 일어난 일들로, 모든 병원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격리·강박 행위에 대해 수가를 부여하는 것도 치료환경이 바뀌지 않는 원인 중 하나”라고 짚었다. 

현행법엔 정신의료기관 안에서 시행하는 격리·강박에 대한 관계 부처의 실태 조사 규정과 격리·강박 시 보호의무자 고지 규정조차 없는 실정이다. 정신의료기관 격리 실태 조사나 이로 인한 사망자 수 역시 2015년 이후 제대로 집계되지 않고 있다. 아울러 의료기관의 경우 ‘격리 보호료’ 등 환자 격리 시 별도 수가를 적용받을 수 있으며 행위에 대한 횟수도 제한이 없다. 

환자단체는 최근 부천에서 일어난 사건을 계기로 철저한 진상 규명과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이 이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 9일 한국정신장애연합회와 정신장애연대단체 등 환자단체 20여곳은 결의대회를 열고 “전국 정신병원을 전수 조사해 인권침해 실태를 점검해야 한다”며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격리를 즉각 금지하고 국제 인권에 어긋나는 모든 제도를 즉시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정신장애인 당사자단체·가족단체 연합회의를 통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오는 23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정신병원 개혁연대 출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이 대표는 “격리 및 강박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입원한 당사자의 인권을 침해한 정신의료기관에 대한 처벌 조항을 신설하는 등 법과 정책 정비를 촉구하기 위해 개혁연대를 출범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이한결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기획전략본부장은 “근본적으로 문제를 개혁하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강박은 통제일 뿐이며 치료가 될 수 없다. 병원의 책임을 강화하고 환자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고 치료환경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도 정신질환자 피해사고 예방을 위한 법안 마련에 나섰다. 서미화·김예지·윤종군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 14명은 정신의료기관 내 정신질환자 격리·강박 실태 조사와 책임자 처벌 강화 규정을 담은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을 12일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관계 부처에 격리·강박 실태 제출 의무 △격리·강박 시 사유 및 해제 조건에 대한 정신질환자·보호의무자 고지 의무 △격리·강박 외 방법 우선 적용 △정신의료기관 책임자 처벌 강화 규정이 포함됐다.

정부는 부천 정신의료기관 환자 사망 사고 이후 지난 7월 실태 조사에 들어간 상황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20일 오전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용역비를 받아 전국 정신병원에 대한 실태 조사를 추진 중에 있다”면서 “실태 조사에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참여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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