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나설 수 있도록 실질적 지원해야" [자살예방 총력, 한일 특별좌담下]

"지자체 나설 수 있도록 실질적 지원해야" [자살예방 총력, 한일 특별좌담下]

일본, 광역·기초 지자체 자살방지대책 수립 의무화
전담조직 설치...지역에 맞게 인력 예산 투입해야

기사승인 2024-08-22 06:00:14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장종태 의원실에서 자살 예방 관련 한일 좌담회가 열렸다. 사진=유희태 기자

한국에서는 매일 평균 36명, 2시간마다 3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 2003년부터 줄곧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달리는 상황에서 자살예방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단체 역할을 강화하고 자살 예방을 위한 사회시스템 구축에 힘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쿠키뉴스는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자살률 증가에 대한 해법 모색을 위한 한일 전문가 특별좌담회’를 열고 한일 전문가들과 자살 관련 중앙정부, 지자체 역할의 한계와 책임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한국 측 전문가로 장 의원과 이범수 한국생명운동연대정책위원(동국대 교수), 양두석 한국생명운동연대 운영위원장(안실련 자살예방센터장), 김대선 종교인연대 상임대표, 일본 전문가로 다케시마 타다시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 종합재활진흥센터장, 오카노 마사즈미 전 미국 버몬트 교수(고도산사 통리)가 참석했다.

일본은 2016년 광역·기초 지자체에 자살방지대책 수립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지역은 자살예방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자살고위험군을 더 가까이서 조기에 발굴할 수 있는데 다 고위험군 관리에 힘쓰고 자살로 남겨진 사람들을 지원할 수 있어서다.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장종태 의원실에서 자살 예방 관련 한일 좌담회가 열린 가운데 오카노 마사즈미 전 미국 버몬트 교수(고도산사 통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윤희태 기자

-일본 정부는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자살 방지 대책을 수립하게 했다. 그 과정과 효과는. 

△ 다케시마 센터장·오카노 전 교수= 2006년 자살대책기본법이 나오고, 지자체가 자살 방지 대책을 마련하게 할 수 있는 기금이 마련됐다. 기본법이 제정됐을 때 일본 내각부가 담당해 진행했다. 이 기금을 토대로 지자체들이 자살 대책을 매우 활발하게 세웠다. 

다만 2016년 자살대책기본법이 개정되면서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자살 대책을 만들도록 했다. 그러면서 일부 지자체에선 자살 대책을 약간 형식적으로 세우는 경우가 생겼다. 내각부가 중심이 됐을 땐 정책이 위에서 내려오는 형태로 빨리 진행됐는데, 현재는 아래서 위로 올라가는 체계로 바뀌면서 전달체계가 좀 느려지게 됐다. 담당도 일본 내각부에서 담당을 했다가 개정이 되면서 후생노동성으로 이관되면서 각 부서의 참여도가 많이 떨어졌다. 

2006년에 자살 예방 관련 보조금, 기금이 더 많았고 현재는 조금 떨어졌다. 기본법이 개정되면서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자살 대책을 세우도록 하다보니 능력 있는 지자체는 잘 운영이 되는데 그렇지 않은 지역은 형식적으로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지자체마다 연령대나 특성이 달라 장책을 잘 운영하기 위해서는 실무에 있는 이들이 마련한 대책이 위로 잘 올라가서 정책을 보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이러한 (전달체계) 방법에 대해 많이 연구하고 있다. 지자체 자살 예방 담당자들에게도 자살 예방을 위해 계속 생각하는 것은 중요하다. 어떤 방식으로 해야 가장 효과가 있을지 늘 생각해야 한다. 형식적으로 진행해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장종태 의원실에서 자살 예방 관련 한일 좌담회가 열린 가운데 양두석 한국생명운동연대 운영위원장(안실련 자살예방센터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윤희태 기자

- 한국에서도 지역의 노력으로 자살률을 낮춘 사례가 있는지


△ 양두석 위원장= 전국 자살률 1위였던 충청남도는 2018년 도지사는 새로 취임, 자살예방을 도정 최고 과제로 선정하고, 자살예방전담 조작을 신설했다. 맞춤형 시책, 자살유가족지원과 상담, 자살예방대책 협업 과제 추진상황 보고회 등 자살 예방을 위한 전방위 활동을 전개해 자살률을 해마다 낮춰 자살률 꼴찌를 벗어났다. 서울 노원구도 전국 지자체 처음으로 자살예방전담팀을 신설 운영, 생애주기별 자살예방대책과 자살고위험군 조기발굴과 지원대책 등을 추진해 2009년 연간 180명이었던 자살 사망자수가 지난해 103명으로 30% 줄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7번째로 높던 자살률을 지난해 16위로 대폭 낮췄다. 

이처럼 지역 자살률을 낮추는 것은 지자체 단체장의 의지와 관심이 절대적이다. 지역 주민들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고 살리기 위해 자살 예방을 위한 전담조직을 설치해 인력과 예산을 투입, 지역 실정에 맞는 자살예방대책을 추진하게 되면 자살 문제는 줄어들 수 있다.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장종태 의원실에서 자살 예방 관련 한일 좌담회가 열린 가운데 장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윤희태 기자

- 지역이 자살 예방 대책을 자체적으로 세우고 강화하기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장종태 의원= 우리가 아무리 좋은 정책, 좋은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그 일을 추진할 전문가적 자질을 가진 전담 인력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 자살 예방 업무를 담당할 만한 현장 공무원이라고 한다면 사회복지직 공무원일 확률이 높다.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업무 특성상 업무량이 많고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따르면 공무원 1인당 약 100명의 위기 가구를 담당해야 할 정도. 공무원 자살률도 심각하다. 2020년 인사혁신처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따르면 일반인 1만명 당 자살산재율은 0.03명인데 반해, 공무원은 1만명당 0.06명이다. 

저출생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업무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자살 예방 담당 공무원의 증원과 함께 실질적인 처우 개선이 선행돼야 적극적인 업무가 가능할 것이다. 장 의원은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민선 6·7기 대전 서구청장을 지낸 행정가로 22대 국회에 입성했다. 

- 지난 6월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가 출범했다. 아직 첫걸음 수준이지만 위원회 역할로 자살률을 줄일 수 있다고 보나. 

△양두석 위원장= 줄일 것으로 본다. 이번 정부는 자살률 1위 오명을 벗기 위해 오는 2027년까지 100명 대상 심리상담 서비스지원과 함께 20~34세 청년들에게 10년마다의 정신건감검진 주기를 2년으로 단축했고 SNS 우울증 자가진단서비스를 골자로 한 4대 전략으로 일상 마음 개선 및 정신건강정책 추진 체계 정비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2022년 기준 10만명당 25.2명인 자살률을 10년 내 50%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자살의 원인을 정신건강 측면에서만 본다는 것인데, 경제·사회·문화적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발굴하는 일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 명칭 역시 정신건강혁신위원회보다 구체적으로 자살대책위라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또한 모든 부처가 협심해 10년간 대책을 추진한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보건복지부뿐아니라 행정안전부, 교육부 등 정부부처와 자살유가족단체 등 민간단체가 협력해야 한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장종태 의원실에서 열린 자살 예방 관련 한일 대담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유희대 기자

- 지자체가 자살 대책을 자체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장종태 의원= 자살 예방 업무를 지자체의 책무로 규정하기에 앞서 지자체가 실제 책무를 이행할만한 역량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보건복지부의 경우 2차관 산하에 ‘자살예방 정책과’라는 전담조직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지자체에는 전담과는 고사하고 전담팀조차 없는 상황이다. 

지자체가 자살예방 업무를 실제로 수행하려면 적어도 지자체별로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담당 공무원을 배정해야 하는데 공무원 정원 확대 없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 행안부와 기획재정부, 국회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으로서 자살 예방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의 처우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다케시마 센터장= 지자체가 자살 대책을 세우는 목적 자체가 자살 예방을 하는 것이다. 지자체 실무자, 지역 시민단체가 자살 대책을 위해 하고자 하는 일들이 그 자체로 계획인 것. 그런데 (정부에선) ‘계획을 만들어라’라고 지시하니까 계획이라는 것을 형식적으로 만들어 흘러가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다. 실무자들이 실제로 하고자 하는 계획을 도와줄 수 있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우리 연구자들은 이런 내용을 검증해 나가겠다는 생각이다. 

- 자살 예방 문제에 시민단체와 정치권은 물론 종교계도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김대선 상임대표= 일본의 한 지역 사례 중 대가족 제도가 자살률을 낮췄다고 하는데, 한국 사회도 (사회구조가 대가족에서) 어느 순간 핵가족이 되고 ‘혼자’가 중심인 가치관으로 변했다. 종교 역시 어느 순간 선교, 포교 등에 너무 집중해 자살 문제, 생명 문제에 소홀했다는 생각에 2019년 7대 종교 성직자들이 모였다. 더는 우리 곁을 떠나는 이들이 없도록, 소중한 사람들이 더 이상 좌절하지 않도록 간절히 기도한다는 마음으로 종교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자살 예방 연구를 위한 한일 전문가 교류 역시 종교계의 역할이 컸다. 

△이범수 교수= 자살 예방 연구를 위한 연대기구에는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대만 등 10여개국 전문가가 함께하고 있다. 두 달에 한 번씩 화상 회의를 하는 등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도 연구 교류를 위해 자살 예방을 위한 지혜를 모아나갈 것이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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