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항암제’ 킴리아, 한국도 개발하려면…“연구자 임상 활성화해야” [2024 미래의학포럼]

‘꿈의 항암제’ 킴리아, 한국도 개발하려면…“연구자 임상 활성화해야” [2024 미래의학포럼]

기사승인 2024-08-29 14:52:44
강형진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29일 ‘첨단재생의료 치료제, 치료 기술 어디까지 왔나’를 주제로 국민일보와 쿠키뉴스가 주최한 ‘2024 미래의학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유희태 기자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희귀·난치질환 환자들에게 첨단재생의료 발전을 바탕으로 한 신약 개발은 유일한 희망이다. 그러나 임상시험 절차가 까다로워 환자들에게 닿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연구 목적 임상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첨단재생의료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강형진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29일 여의도 국민일보 건물 12층 컨벤션홀에서 열린 국민일보·쿠키뉴스가 주최·주관 미래의학포럼 주제발표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인 ‘킴리아’ 같은 약제 개발이 활성화돼 새로운 첨단바이오 치료를 환자에게 빠르게 도입하려면, 연구자 주도 임상을 활성화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AR-T 치료제는 암을 공격하는 면역 T세포에 키메릭항원수용체를 적용해 암 세포만 공격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세포유전자치료제(CGT)다. 세계 첫 CAR-T 치료제인 킴리아의 백혈병 완치율은 60%다. 단 1회 투여로 백혈병을 치료할 수 있어 ‘꿈의 항암제’로 불린다. 

다만 국내에선 주사 한 개당 3억6000만원에 달하는 초고가 약이다. 절차도 복잡하다. 국내 환자의 혈액을 뽑아 미국으로 보내 조작·배양한 뒤 얼려서 한국으로 다시 보내야 한다. 이러한 탓에 환자는 주사를 맞기 위해 4~6주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 

2017년 9월 킴리아가 시장에 나왔지만, 국내 환자들에게 처방하기엔 비싼 가격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강 교수는 “당시 킴리아 약재는 5억원, 치료비용 5억원, 총 10억원이 들었다”며 “강남 한 채 집값에 달해 접근이 불가능한 치료제였다”고 돌아봤다. 

백혈병에 걸린 어린 환자들이 눈에 아른거리던 강 교수는 국산화를 결심했다. 독일 생명공학 기업 ‘밀테니 바이오테크’가 개발한 CAR-T 치료제 자동화 생산 기기를 서울대병원에 들여왔다. 강 교수는 CAR-T를 활용해 소아 백혈병을 치료하는 임상연구 계획을 신청했고, 지난 2021년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이끌어냈다. 지난 2020년 첨단재생의료법 시행 이후 처음 승인된 고위험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다. 이후 7명의 환자가 CAT-T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한계는 여전하다. 킴리아를 도입한 뒤 국내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환자에게 전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특히 첨단재생의료법이 개정된 뒤 규제가 완화됐지만, 고위험 임상의 경우 신약을 개발한 뒤 환자에게 시술하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임상이 활발하게 이뤄지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는 “최근 법안 개정을 통해 많은 부분이 개선됐지만, 고위험 임상을 하려면 식약처장 승인을 거쳐야 하는 건 바뀌지 않았다”면서 “공익적·학문적 목적인 연구에 상업용 의약품 허가 기준을 적용하다보니, 임상을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치료 기회를 잡지 못한 환자들은 애가 탄다. 강 교수는 “현재는 환자가 다양한 치료를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어렵다”라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들도 있다. 이분들은 ‘치료제가 개발됐다고 하는데, 왜 기다리라고만 하냐. 시간이 없으니 치료를 받겠다’고 호소한다. 위험도가 있더라도, 원한다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국내에서 신약이 개발되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환자가 더 빨리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만큼, 규제의 벽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는 킴리아로 한 명이 치료를 받을 때마다 3억6000만원씩 미국에 보내고 있는 셈”이라며 “해외에서 고가의 치료제가 많이 나오는데, 개인 뿐 아니라 사회가 짊어져야 할 부담이 커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 목적으로 환자에게 약물을 투여하는 ‘연구자 주도 임상’을 활성화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미국 등 해외에선 의료기술이 의료진의 연구자 임상시험을 거친 뒤 바이오·제약기업에 이전되는 게 일반적이다. 세계적으로도 67%가 연구자 주도 임상이다. 미국은 80%에 달한다. 반면 한국은 연구자 주도 임상이 34%에 불과하다. 

강 교수는 “한국의 신약 개발이 늘어나려면 연구자 임상을 활성화해서 새로운 기술이 개발돼야 할 필요가 있다. 연구자 임상은 드는 비용이 적어 실패해도 리스크가 크지 않다”며 “해외처럼 연구자 임상이 성공한 다음에 상업화를 위한 임상 과정을 거치면 첨단재생의료 분야도 많이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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