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대교 참사 30년, 잊혀진 위령탑...안전·접근성 잡으려면

성수대교 참사 30년, 잊혀진 위령탑...안전·접근성 잡으려면

“유족도 이전 반대...옮길만한 곳 마땅치 않아”
“안전불감증을 사회 알리는 추모 공간 되길”

기사승인 2024-10-22 06:00:07
21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성수대교 북단 나들목 인근 위령탑과 주차장 사이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사진=임지혜 기자

#김양수씨는 1994년 10월21일 성수대교 붕괴 참사 때 막냇동생 광수씨를 잃었다. 회계사를 꿈꿨던 동생은 회계사 1차 시험에 합격하고 2차 시험을 앞두고 있었다. 형을 만나기로 약속한 전날, 성수대교 붕괴 참사로 광수씨는 꽃을 채 피우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김씨를 비롯한 사고 희생자 유족들은 매년 기일이 되면 성수대교 북단, 자동차 전용도로로 둘러싸인 희생자 위령탑을 찾는다. 

걸어서는 접근이 어려운, 버스 등 대중교통으로도 닿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지금의 위령탑이 서있는 곳이다. 승용차를 이용하더라도 주차장에 차량을 두고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야 한다. 

성수대교 붕괴 참사 위령비는 도시고속도로(강변북로) 사이 공간(빨간 상자)에 마련돼 있다. 사진=임지혜 기자

성수대교 붕괴 참사 30주기를 맞은 21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성수대교 북단 나들목 인근 위령탑 앞에서 ‘성수대교 참사 희생자 합동위령제’가 열린 가운데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위령탑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전에 이전 논의가 있었는데, 시는 현 위치에 존치하는 의견을 냈고 현재는 (논의가) 일단락됐다”며 “(서울숲 등에) 이전할 장소가 없다. 위령탑은 상징성이 있는 곳, 성수대교 주변에 있어야 하는데 마땅한 위치가 없다. 현재 위치에서 수십년 있었던 만큼 현 위치에 있는게 좋겠다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05년도에 이전 논의가 있었다. 당시에는 유족들이 이전을 반대했다”며 “(논의 이후로) 20년이 지났는데 이제 다시 옮긴다는 것을 논의한다는게…. 이제 옮길만한 곳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를 추모하는 삼풍참사위령탑은 참사 현장과 6㎞가량 떨어진 서울 서초구 양재동 매헌 시민의 숲에 마련돼 있다. 시민의 숲에는 미얀마 대한항공 858기 희생자위령탑, 우면산 산사태 위로비도 자리해 있다. 성수대교 참사 위령탑과 서울숲과의 지도상 거리는 500여m다. 

성수대교 붕괴 참사 30주기를 맞은 21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성수대교 북단 나들목 인근 위령탑 앞에서 ‘성수대교 참사 희생자 합동위령제’가 열렸다. 사진=임지혜 기자

유족들은 위령비가 ‘잊힌 공간’이 아닌 안전교육의 장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성수대교 희생자 유가족 대표인 김씨는 쿠키뉴스에 “성동구에서도 (접근성 문제로) 이전 문제를 두고 서울시와 협의를 했는데, 시기적으로 이전이 좀 힘들다는 답을 들었다”며 “도로가 나기 전에 이전 얘기가 있었다. 당시는 (참사로 인한) 마음의 응어리가 커 이전 얘기를 꺼낼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참사 30주기가 되고 보니 사고에 대한 안전불감증을 사회에 알리고 학생(추모객)이 편하게 다니며 되새길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서울숲으로) 이전을 원했다”고 설명했다.

성동구 관계자는 “위령탑을 다니기 불편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유가족이 원하는 방향으로 하고 싶어도 자치구가 마음대로 이전할 수는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시민 32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다친 그날의 사고를 기억하고, 사망자들의 명복을 빌기 위해 사고 3년만인 1997년 성수대교 나들목에 위령탑을 건립했다. 이날 위령제에는 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성동구, 성동구의회, 무학여고, 한국시설안전협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서울시 측은 자리하지 않았다. 현재 위령탑과 해당 공간의 유지·관리는 성동구가 도맡고 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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