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200만 명 시대를 맞아 “혼자 살다 죽으면 못 받은 연금 아까워서 일찍 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사망해도 남은 가족이 유족연금 형태로 계속 수령할 수는 있지만, 배우자나 자녀 없는 독거노인의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 이러한 이유로 혼자 사는 노인들이 앞당겨 받는 조기연금을 신청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많은 선진국의 독거노인들은 정반대로 오히려 연금 받는 시기를 늦추는 연기연금을 선택하고 있다. 70세까지 본인이 모아둔 현금을 다 쓰고 그 이후 연기연금을 통해 받는 돈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일본은 연금 개시 시점을 75세까지 늦출 수 있는데 그런 경우 무려 84%나 더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대 5년 늦추어 연금액을 최대 36% 더 많은데 비하면 훨씬 많다.
우리와는 정반대의 생각들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도 연기연금을 통해 연금을 받기 전까지 자신의 현금을 쓸려면 소득활동이 가능한 기간 동안 일정한 돈을 모아둔 경우에 가능한 일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우리는 어느 정도 쓸 현금이 있을까? 우리나라 가계 금융자산에서 현금과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43.4%로 다른 국가와 비교 했을 때 낮은 편이다(금융투자협회, 주요국 가계 금융자산 비교, 2022). 미국(71.5%)과 일본(63%) 등과 같은 많은 선진국의 경우 금융자산의 비중이 50%를 훌쩍 넘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부동산과 같은 비 금융자산 비중이 64.4%로 미국(18.5%), 일본(37.0%), 영국(46.2%), 호주(61.2%)보다 높아 결국 노후에 쓸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과 같은 비 금융자산에 묶여 있는 상황인 것이다.
부동산과 같은 비 금융자산에 가계 자산이 묶여져 있어도 노후를 위한 보험 연금이 충분하면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가계 자산 중 보험 연금 비중도 10.8% 밖에 되지 않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낮다. 영국이 28.6%로 비중이 가장 높고 호주 22.6%, 미국 20.4%, 일본 17.4% 순이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연금이 기본이 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부동산과 같은 비 금융자산에 과도하게 묶어 놓고 쓸 돈이 없게 되는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안정된 노후를 위해서는 퇴직 후에 매달 들어올 수입과 지출을 확인해서 가계 자산 비중을 반드시 조정할 필요가 있다. 결국 우리나라 은퇴자들 중 가계자산 구조상의 문제 등으로 쓸 돈도 부족하고 소득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자신이 없는 경우 일찍부터 받는 ‘조기연금’을 신청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올해 5월 조기연금을 받고 있는 수령자가 90만명을 넘어선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조기연금을 신청할 때는 신중하실 필요가 있다. 예비 은퇴자들에게 “연금을 언제부터 받을까?”라는 고민은 “내 연금액은 얼마일까?”만큼 중요하다. 언제 받는 것이 좋은지는 개인별 건강 상태와 재정 상황 등에 따라 차이가 클 수 있다.
그렇다면 미리 앞당겨서 받는 조기연금은 정상연금에 비해 구체적으로 얼마나 불리할까? 예를 들어 보자. 현재 60세인 남성 A씨가 65세에 받을 연금액이 월 150만원인 경우를 살펴보면, 크게 3가지 변수들을 고려할 수 있다. 물가상승률, 소득상승률, 운용수익률이 그것이다. 단순히 가정을 해 보면, 조기연금을 신청한 A씨는 65세에 1800만원이라고 예상되는 정상연금 액수에서 30% 깎인 1260만원을 60세에 받는데, 정상연금 수급은 65세에 시작되어 조기연금보다 늦지만, 13년 후부터는 조기연금 누적 액을 추월하게 된다. 이후 A씨가 예상 기대 수명(84세)까지 살게 되면, 추월 금액은 7000만원까지 불어나게 되어 86세에는 조기연금과 정상연금 누적 격차가 1억 원까지 커지게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A씨가 조기연금을 신청해서 최대 이득을 보는 경우는 77세까지만 살았을 때 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급작스러운 퇴직으로 인해 소득이 중단되는 문제를 겪을 경우 당장 소득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조기연금을 신청해서 받다가 추후에 직장을 구한 뒤 다시 조기연금을 취소할 수 있을까? 조기연금은 연금공단에 신청하고 나서 연금을 일단 받기 시작하면 취소가 불가능하다. 최대 30% 감액된 연금으로 평생 받아야 한다. 또 조기연금은 생계가 어려운 퇴직자들을 위한 제도이기 때문에 연금을 받는 도중에 일정 금액 이상 수입이 생기면 지급이 정지된다. 2023년 기준으론 월 소득(사업소득+근로소득)이 2,861,091원을 넘으면 조기연금이 중단된다. 이때 2,861,091원은 세후 금액으로, 세전 근로소득 기준으로 따지면 월 387만 원 정도 된다.
조기연금 신청하면 건강보험료를 평생 안 내도 되는지 궁금하신 분들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현행 제도상 1년에 국민연금으로 2000만원 넘게 받으면 건강보험 피부양자(보험료 면제) 자격에서 탈락된다. 조기연금은 연금액이 최대 30% 깎여 지급되다 보니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는 방법으로도 이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연 2000만원이라는 기준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알 수 가 없기 때문에 ‘1인1건강보험’이라는 정부의 정책방향을 꼭 염두에 두어야 한다. 국민연금은 물가상승률에 따라 연금액이 계속 늘어나기 때문에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는 것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개인연금은 종종 상황이 안 좋아 중도에 해지하는 경우도 있는데, 국민연금도 중도 해지가 가능할까? 개인연금은 중도해지가 가능하지만 국민연금은 노령, 장애, 사망에 대비하여 사회구성원 모두가 다 같이 참여하는 사회보장제도이기 때문에 본인이 원한다고 해서 중도해지를 할 수는 없다. 그리고 납부한 금액을 일시에 돌려받을 수도 없다. 다만 국외로 이주하거나, 국민연금에 가입했던 사람이 사망하였으나 유족연금을 받을 가족이 없는 등의 경우에 한하여 일시금으로 받을 수는 있다. (사망자의 배우자가 유족연금을 받게 될 경우, 소득유무와 상관없이 3년 동안 받게 되고, 3년 후에는 월평균소득금액이 일정금액을 초과하면 유족연금(102만 명 2024기준) 지급이 정지되었다가 55세(출생연도에 따라 60세까지 상향 조정)부터는 소득에 상관없이 유족연금이 지급)
많은 분들이 개인적으로 가입한 연금이 있으면 그만큼 국민연금 덜 받게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하신다. 걱정하실 필요가 없다. 국민연금은 국가가 운영하는 사회보장제도이고, 개인연금은 사적금융기관에서 운영하는 개인이 선택해서 가입하는 연금 상품이다. 엄연히 서로 다른 성격의 연금으로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은 서로의 연금액에 영향을 주지 않는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연금 받는 사람이 국민연금을 덜 받거나 못 받는 일은 없는 것이다. 만약 개인연금 30만 원과 연금 받을 나이가 되어 국민연금을 80만 원을 받게 된다면,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을 합쳐 총 매달 110만 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국민연금도 개인연금과 마찬가지로 가입 당시 계약에 따라 일정 기간 혜택을 받게 되는 것인가 하고 궁금해 하시는 경우도 있다. 결론은 아니다. 국민연금은 개인연금과 달리 연금을 받는 시기부터 사망 시까지 평생 매달 받을 수 있다. 더욱이 사망 후에도 생계를 함께한 배우자, 자녀 등 유족이 유족연금으로 받을 수 있으며, 예기치 못한 사고나 장애가 발생했을 경우 장애연금으로도 받을 수 있다. 반면 개인연금은 가입 시 선택에 따라 '일정기간 지급'과 '평생 지급' 중 선택할 수 있으며, 사망할 경우 지정인 또는 법정상속인에게 약정금액이 지급되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가 물가변동율을 반영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과거에 냈던 연금보험료를 연금을 받는 시점의 가치로 환산하여 내가 받을 연금액을 결정하고 받기 시작한 후부터 매년 변동되는 물가변동률만큼 반영 후 지급하기 때문에 실질가치가 보장되는 제도인 것이다. 이것은 물가변동율 반영 없이 약정금액만 지급하는 개인연금과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이다. 결국 개인이 가입하는 연금은 시간이 지나 물가가 올라가도 받는 연금액이 증가하지 않지만 국민연금은 반영된다는 큰 장점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국민연금의 장점을 고려할 때 지금까지 가입을 하지 않거나 일시 중단한 분들은 추후납부와 임의가입 등을 통해 노후 준비를 튼튼히 할 필요가 있다. 물가가 오른 지난 몇 년 사이 추가납입(추납·기존 국민연금 가입자가 경력 단절·사업 중단·건강 악화 등으로 못 낸 보험료를 추후 납부하게 해준 제도), 임의계속가입(만 60세에 납부 기간이 연금 수급 최소 가입 기간인 10년 미만이거나 10년을 채웠어도 수령액을 높이려 65세까지 더 유지하는 제도), 임의가입(의무가입 대상이 아닌 사람의 자발적 가입 제도), 연기(연금 개시를 늦춰 월 수령액을 높이는 제도) 등의 방법을 이용해 연금 수령액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만 있다면 반드시 고려해야할 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