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결위 ‘감액 예산안’ 野 단독 처리…與 “분풀이식 삭감” 반발

국회 예결위 ‘감액 예산안’ 野 단독 처리…與 “분풀이식 삭감” 반발

대통령실·검찰·경찰 특활비 전액 삭감…정부 예비비는 절반만 유지
野 “與, 특활비 때문에 민생 포기” vs 與 “이재명 방탄 위한 삭감”

기사승인 2024-11-29 20:24:17
29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정 위원장이 야당 단독으로 감액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감액심사 결과만 반영한 내년도 예산안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예결위에서 예산안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국회 예결위는 29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673조3000억원 규모의 2025년도 예산안 수정안을 처리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야당의 감액 예산안 일방 처리에 반발해 표결 직전 퇴장했다.

예결위에서 통과된 예산안은 기존 677조4000억원 규모의 정부 원안에서 4조1000억원이 삭감됐다. 4조8000억원 규모인 정부 예비비가 2조4000억원으로 감액됐고, 국고채 이자 상환 예산도 5000억원 줄었다. 예비비는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의 지출 등을 충당하기 위해 일정 한도에서 미리 책정하는 금액을 뜻한다.

특히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의 특수활동비는 82억5100만원 삭감했다. 검찰 특정업무경비는 506억9100만원, 특활비 80억900만원 줄였다. 감사원 특경비·특활비 총 60억원, 경찰 특활비 31억6000만원 등도 전액 삭감됐다.

정부안에서 감액심사만 반영된 예산안이 예결위에서 통과된 것은 헌정사상 첫 사례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가 예산 증액을 하거나 새로운 예산 항목을 신설하려면 정부 동의를 받아야 하는 탓에 통상 감액 심사를 먼저 하고 증액 심사를 진행한다. 감액은 정부 동의 없이 가능하다. 

예결위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증액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야당은 증액을 포기하고 이날 오후 소위와 전체회의를 열어 예산안 처리를 강행했다. 민주당은 예결위가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정부의 예산안 원안이 본회의에 자동부의 되기 때문에 감액만 반영한 예산안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감액 예산안 의결 강행에 즉각 반발했다. 국민의힘 예결위원들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방탄을 위한 분풀이식 삭감”이라며 “민생의 보루인 예산마저도 이 대표 아래에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감액 예산안은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인 다음 달 2일 본회의에서 원칙적으로는 상정이 가능하다. 다만 실제 2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이 처리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이 이번 감액안을 ‘협상 카드’ 삼아 여당 원내지도부와 추가 논의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권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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