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한다. 야당이 이사가 충실해야 할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자 이에 맞대응하는 움직임이다. 당국은 상법 개정 대신 상장사에 한정된 규제를 통해 경영권 위축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방향을 발표했다. 그동안 정부 내에서 이와 관련해 많은 논의가 이뤄졌던 만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법무부 등 관계기관의 합동 브리핑이 진행됐다. 당국은 이번주 내로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공개된 자본시장법 개정방향을 살펴보면, 우선 상장법인이 합병·분할, 주식의 포괄적 이전·교환, 주요 영업의 양수도 등을 진행할 경우 해당 법인 이사회는 합병 등의 목적, 기대효과, 가액의 적정성 등에 대한 의견을 담아 공시해야 한다.
특히 합병 등을 추진할 경우 기준가격 적용을 배제하고, 그 가액은 주식가격,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정하게 산정한 가격으로 정하도록 구체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원칙적으로 모든 합병에 대해 전문 평가기관의 평가를 의무화하고, 이를 상장법인이 공시하게 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최근 비계열사 간 합병 등에 대해서는 이미 기준가격 조항이 삭제된 안이 국무회의에 통과돼서 시행될 예정”이라며 “이번에는 계열사 간 합병에 대해서도 이렇게 개정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물적분할 시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 대주주를 제외한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상장되는 기업공개(IPO) 주식의 20% 이내에서 우선 배정하는 근거도 마련할 방침이다. 더불어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한국거래소의 일반주주 보호 노력 심사 기간으로 정해진 5년 제한을 폐지할 계획이다. 다만 해당 내용은 자본시장법 법률 개정 사항에 포함되진 않았다.
김 위원장은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 방안이 상법 개정에 대한 여러 의견 및 논란을 고려할 때 몇 가지 특징을 지녔다고 짚었다. 적용 대상 법인을 상장법인으로 한정했기 때문에 비상장 및 중소·중견기업들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손익거래의 경우 대부분의 회사와 주주 이해가 일치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반면 합병 및 분할 등 재무적 거래는 회사와 주주, 대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 상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게 나타난다”고 언급했다.
이어 “실제 일반주주 보호 문제도 이러한 재무적 거래에서 다수 발생했다”며 “자본시장법에 재무적 거래에 대한 주주 보호 노력 조항을 통해 법 개정으로 우려되고 있는 부작용을 해소하면서 실효적인 주주 보호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김 위원장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이사회가 주주의 정당한 이익 보호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절차적 규정을 신설함으로써, 이를 준수할 시 거래 적법성과 이사회 면책이 보장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상법상 이사회 충실 의무 대상에 회사와 주주를 병기하는 실체적 의무규정 방식 대비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봤다.
김 위원장은 “정부는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해 일반주주 보호가 지속적으로 강화돼야 한다는 인식 하에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 방안을 마련했다”며 “상법은 회사 전체에 적용되는 일반법이므로, 일반법 개정은 법리적 측면과 법 개정이 미칠 영향을 신중하게 논의해야 할 사안이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이번 주 내에 의원 입법으로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