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처음으로 의료계와 정치권이 마주앉았다. 윤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으로 인한 의료공백 사태의 해소 단초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형욱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김영호 국회 교육위원장과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의료계와 정치권이 공식적으로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참석한 국회 상임위원장들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의사단체들이 윤 대통령 탄핵 정국 속 주도권을 쥔 민주당과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국민들은 짧은 시간 비상계엄을 겪었다. 비상계엄이 해제되며 한덕수 권한대행은 국민들께 사죄했다”면서 “그러나 한 대행은 ‘전공의 처단’이라는 폭언이 담긴 계엄사령부 포고령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도 사과도 하지 않았다. 사직전공의들에 대한 의료계엄은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대로 내버려두면 의료대란은 더욱 심각해진다. 내년부턴 손 쓸 수 없는 지경이 될 것”이라며 “이 문제의 첫 원칙은 결자해지다. 의대모집 중지를 포함해 의료대란 해결을 위해 지혜를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도 “학생들은 내년 학교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한다. 저도 이 상태로는 돌아갈 생각이 없다”면서 “이번 사태는 정부 정책 실패로 비롯된 비극이다. 이젠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대로는 내년 의학교육은 불가능하다. 군의관 수급에도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정부 폭주를 하루라도 빨리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윤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됐다. 그가 추진하던 정책 역시 전면 중단돼야 한다. 지속가능한 미래가 무엇인지 함께 논의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날 참석한 민주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들도 그간 윤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 추진 태도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며, 의료대란 해소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인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고, 의대생들이 수업을 듣지 못한지 벌써 열 달이 지났다. 강압적·권위적 태도로 일관한 윤 정부는 의료계와 변변한 대화창구도 마련하지 못하고 속절 없이 시간만 보내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국민들의 우려가 크고 실질적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탄핵 정국으로 상황이 혼란스럽지만 국회가 책임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윤 대통령은 오히려 문제 해결의 걸림돌이었다. 포고령만 보더라도 의료계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잘 알 수 있다”면서 “이젠 탄핵소추안 가결로 상황이 달라졌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협력과 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떻게 이 사태를 해결할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