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가 도시 브랜딩에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는

[칼럼] 우리가 도시 브랜딩에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는

기사승인 2024-12-24 04:27:14
목지수 싸이트브랜딩 대표


도시브랜딩은 죽었다. 과한 표현일까? 각 지자체가 앞다투어 경쟁하던 도시 브랜딩은 이제 장례식이라도 지내야 할 것만 같다. 실제로 도시 브랜딩은 그 사명을 다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도시 브랜딩이란 시각적인 도시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지자체의 활동을 말한다. 좁은 의미의 도시 브랜딩이다. 도시 브랜딩의 범람이 끝나간다는 것은 이제 그 작동 방식이 바뀌어 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브랜딩은 자본주의가 낳은 최고의 상업적 프로세스다. 대량 생산으로 인해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면서 마케팅과 광고 시장은 발전을 거듭했다. 매체 변화는 이를 가속했고, 결국 그 정점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이 바로 ‘브랜딩’이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달라야(별화) 했고, 소비자의 인식, 태도, 행동을 바꿔가며 쌓아놓은 물건들을 팔아야 했다. 입 아프게 떠드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스스로 찾아오고 팬덤을 늘려가며 지속 가능한 힘을 갖게 만드는 것이 바로 브랜딩이라는 무기였다. 글로벌 기업부터 동네 카페까지 브랜딩에 뛰어들었다. 개인도 브랜딩을 해야 한다며 퍼스널 브랜딩이 대유행이었다. 브랜딩 할 수 있는 대상은 모두 브랜딩이라는 깃발을 흔들어야 존재 이유가 증명되는 세상이 되었다. 사그라들 줄 모르는 브랜딩의 열기에 많은 도시가 힘을 보태고 있다.

도시가 과연 브랜딩이라는 상업 생태계의 논리를 여과 없이 받아들여도 되는 것일까? 도시가 브랜딩의 대상이 되어도 괜찮을까? 브랜딩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기업들은 브랜드 개발 부서를 조직의 핵심에 배치하고 민감하게 시장과 소비자를 살핀다. 이를 ‘브랜드 관리’라고 부른다. 자칫 한발짝만 헛디뎌도 기업의 브랜드 자산은 와르르 무너지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많은 예산이 브랜드관리에 투입된다. 특히 요즘처럼 개인 미디어를 장착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눈길을 끌기 위해서는 수많은 인력과 예산, 치열한 방법론이 필요한 것이 브랜딩이라는 세계다. 

도시 브랜딩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핵심 부서에 도시브랜드를 담당하는 엘리트 요원들을 배치하고 도시 전략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도시브랜드 관리‘가 필수적이다. 기업이 그러하듯이 시민들을 살피고, 경쟁 도시와 세계 도시를 들여다보고, 우리 도시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고도의 전략과 지속적 커뮤니케이션이 도시브랜딩의 기초다. 

왜 우리 도시들은 도시 브랜딩에 번번이 실패하는 걸까? 조직과 예산, 전략과 방법론 개발 없이 진단만 나열하다가 결국 슬로건과 시각적 상징물을 만드는 데서 도시브랜딩을 완성(?)해 버리기 때문이다. 어쩌면 도시 브랜딩에 대한 관점을 도시를 장식하는 행위로 인식하는 데 그치지는 건 아닌지 늘 의문이다. 도시 브랜딩의 성공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해외 도시들을 가보면 우리 나라처럼 도시를 상징하는 시각적 이미지가 과하게 노출된 곳은 드물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도시 브랜딩에 피로도가 쌓이는 이유다. 도시 브랜딩을 외면하는 근거이자, 거부하는 배경이다. 유연하고 적절하게,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활용되는 도시 브랜딩이 필요하다. 이제 대한민국의 도시브랜딩은 반성의 시대를 통과했으면 한다. 체계적인 도시 브랜딩 관리 방법론에 관한 치밀한 연구가 필요하고, 다양한 실패 사례와 축적된 경험들이 모여 도시 브랜딩이 재정의 되길 바란다.
서영인 기자
igor_seo@kukinews.com
서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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