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 방식과 단절하고, 국회를 중심으로 의대 정원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의사이자 보건행정 전문가 출신인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윤석열식 의료개혁은 탄핵과 함께 심판 받았다”며 “폭력적인 의료개혁과 단절하고 새로운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규모 보단 절차가 중요”…법적 기구 통해 2026년 의대 정원 결정 제안
그는 윤 정부의 의대 증원 절차가 잘못됐다고 비판하며, 합리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2000명이라는 숫자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튀어나왔다. 대통령이 2000명은 절대 못 바꾼다고 고집을 부리면서 의정갈등이 심해졌다”면서 “숫자를 먼저 정하는 게 아니라 숫자를 정하는 절차를 정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대안으로 의대 정원을 결정하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규모를 정하는 것이 아닌, 법적인 절차를 통해 결정하면 소모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일방적으로 숫자를 정하는 게 아닌 보건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 등 이를 정할 기구·절차를 법으로 정하는 식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산하에 보건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를 설치하고, 여기서 의대 정원과 지역 의사 정원, 지역별 의료인력 정원 등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 의원은 “늦어도 2월 중순 전에 공청회·토론회가 열리고 법안이 심의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해당 기구에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2025년 정원 조정이 있어야 복귀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 전까지의 전공의 공식 입장이지만, 2025년 새해에도 유효한 제안인지는 의문”이라며 “여러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2025년 정원 문제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의료계도 현실로 받아들이고, 앞으로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집중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 현명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의개특위 폐지하고 국회 중심으로 논의하자”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를 폐지하고 이 역할을 국회로 옮겨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김 의원은 “윤석열 정부식 의료개혁과의 단절을 위해 지금까지 의료개혁을 추진해 왔던 의개특위는 해체하는 것이 맞다”면서 “대신 의료개혁과 관련된 논의를 국회에서 해야 한다. 여야를 비롯해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지면, 정권이 바뀌더라도 의료개혁을 안정적으로 완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국회 논의기구에서) 국민이 합의하는 안을 만들어낸다면 정권이 바뀌어도 (의료개혁이) 안정적으로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당에서 제안하는 여야정협의체 방식에 관해서는 “적절한 방식이 아니다”라며 “국민이 (협의체 참여 과정에서) 빠져있기 때문에 (이미) 한 번 실패한 방식”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의제별로 국민들의 공론을 끌어내는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구조를 만들고, 결론을 바탕으로 특위에서 법을 만드는 작업을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비급여 개편안, 보험사 배만 불려…풍선효과 우려”
아울러 정부가 발표한 비급여·실손보험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복지부는 도수치료와 같은 비중증 비급여 진료 상위 항목을 정해 ‘관리급여’를 신설하고, 본인부담률을 90%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관리 항목에 포함되지 않은 비급여 진료에서 풍선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 의원은 “2020년 비급여였던 백내장 검사에 건강보험을 적용했더니, 백내장 검사료는 줄었지만 비급여 항목인 다초점 인공수정체 시술이 늘었다. 새로운 비급여가 만들어지는 풍선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다른 비급여 항목을 늘리거나 새로운 비급여 항목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비급여 진료가 줄지 않는 현상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 큰 한계”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가 나서서 비급여를 관리하면, 보험사가 기존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지급하는 보험금이 대폭 줄어든다고도 질타했다. 김 의원은 “보험사의 지급 비용이 줄었다면 그만큼 가입자의 보험료를 낮추거나 기존 상품의 중증질환 보장을 확대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발생한 이익을 가입자에게 돌려주겠다는 내용은 빠져있다”며 “실손보험사의 배만 불리는 개편안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이유”라고 했다.
김 의원은 풍선 효과를 방지할 수 있는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비급여 진료 가격 설정에 대한 유연성을 부여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수십 배씩 차이가 나는 비급여 진료 비용을 부담하는 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가격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일정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가격을 설정할 수 있는 유연성을 부여할 수 있다고 본다. 1.5배로 해야 할지, 2배로 해야 할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수십 배씩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