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불식 할부거래업 난립에…공정위, 자산관리 실태 감독 강화한다 [상조상품 주의보④]

선불식 할부거래업 난립에…공정위, 자산관리 실태 감독 강화한다 [상조상품 주의보④]

공정위 “선불식 할부거래업 제도 개선 필요 공감”
자산 운용 규제 필요성에 대해서는 “세부 검토 필요”
과태료, 시정조치, 영업조치 규제에 그친다는 지적도

기사승인 2025-01-16 06:00:11
그래프=윤기만 디자이너 

공정거래위원회가 선불식 할부거래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위험요인이 증가해 제도 개선 및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입법은 ‘선수금 50% 예치’를 포함한 자금 운용에 관한 것으로, 미등록 선불식 할부거래업 적발과 상조결합 상품 불완전판매에 대한 소비자 피해 예방은 제외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선불식 할부거래업체인 ‘리시스’, ‘대노복지단’(현 유어라이프), ‘케이비라이프’(현재 폐업 후 한신라이프로 사명 변경 추정)는 지난 2019년~2022년 사이 롯데렌탈 묘미, 티유디지털과 상조결합 상품을 판매했다. 해당 선불식 할부거래 업체들은 가입 유도 과정에서 장례·숙박·레저·여행·크루즈 등에 가입 시 전자제품을 ‘무료’ 또는 ‘사은품’으로 제공한다고 속인 뒤 장기 인수형 렌탈 계약을 체결했다.

리시스, 대노복지단, 케이비라이프로부터 불완전판매로 피해를 본 피해자는 약 200명이다. 이는 쿠키뉴스가 직접 확인한 인원으로 추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자 중 일부는 공정위와 지자체에 해당 업체들의 불완전판매 및 소비자기만 행위에 관한 민원을 접수하기도 했다. 일부 피해자는 롯데렌탈 묘미에 납입 거부 후 채권 추심 통보를 받기도 했다. 

선불식 할부거래에 해당하는 상조결합 상품의 경우 대기업, 상조회사, 영업사원의 역할 분담을 통해 이뤄진다. 상조 서비스와 전자제품 계약이 별도로 체결되는 상조결합 상품은 계약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선불식 할부거래법을 근거로 위반 행위를 판단한다.

이로 인해 소비자가 불완전판매를 당해도 선불식 할부거래업자로 분류되지 않는 전자제품 판매 업자와 상조 상품을 판매하는 영업사원은 책임범위가 축소돼 소비자 피해 예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어 왔다. 

현재 선수금 10조원에 육박하는 상조 회사는 ‘선수금 50% 예치’ 외에 자금 운용 관련 규제를 받지 않는다. 고객의 선수금을 받아 운영하는 상조 회사는 유사 금융 기능을 수행하지만, 자금 운용에 대한 규제가 미흡해 사용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 것이다. 상조 회사의 자산 운용 규제 필요성과 금융 당국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앞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폐업한 상조회사로부터 고객이 돌려받지 못한 보상금이 300억원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관계자는 “올해 공정위 업무 계획에 상조 회사의 선수금 및 그 이외 자산 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한다”며 “전자제품을 결합한 상조결합 상품 계약 시 발생하는 소비자 기만 문제와 피해자 보호 방안을 위한 필요성도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공정위는 피해 보상금 미지급과 자산 운용 규제와 관련해서는 세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특수거래정책과 관계자는 “정부도 상조회사의 불건전한 자산 운용과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돌려받지 못한 보상금 300억원에 여러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소비자 피해 보상금은 상조 회사 폐업 시 소비자의 신청 이후 본인 확인을 거쳐야 지급된다”며 “피해 보상금 지급 기관인 은행, 공사 조합 등이 소비자에게 지급 신청 안내 메시지를 보내도 연락처, 거주지 변경으로 안내를 못 받거나 지급 보상금이 소액일 경우 신청을 안 하는 소비자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2023년 할부거래법 개정을 통해 납입 정보 통지 제도를 도입했다.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해당 제도를 시행했으며 올해는 상조 회사들의 회계 정보 공지 기능을 대폭 확대한 서울시 할부거래 개념 통합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플랫폼이 구축되면 소비자는 온라인으로 피해 보상금 지급 신청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선불식 할부거래의 낮은 진입 규제와 소비자 피해 보상 보험 계약만 체결하는 규정이 소비자 피해를 키운다고 지적한다.   

이정민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공정위는 과거 3억원에 머물렀던 선불식 할부거래업 자본금 요건을 15억원으로 올려 부실 상조 업체들을 정리한 바 있다. 하지만 금융 회사 입장에서 자본금 15억원은 여전히 낮은 진입 장벽”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상조 회사의 영업 지속성은 소비자 보호와 직결된다. 상조 회사의 재정 건전성을 모니터링 해야 하는 이유”라며 “현재 회계 감사 보고서의 제출 및 공개를 법으로 정하고 있지만, 이를 위반 시 과태료 처분만 받는다. 시정 조치나 시정 명령, 영업 정지 등의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후조치에 머무르는 관리·감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연구위원은 “소비자 피해 보상 보험 계약의 경우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한 이후에 해당하는 사후적인 조치”라며 “민원이나 언론 보도에 의지한 조사 역시 법 위반 행위가 인지된 후에 이뤄져 자산운용에 관한 원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관계자는 “민원, 신고가 접수되면 필요 시 지자체와 협력해 해당 업체를 불시 점검해 적발하고 있다”며 “등록 업체에 한해 정기 점검이 이루어지지만 미등록 업체의 경우 사전 적발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
조은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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