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26일 (수)
족쇄 풀린 ‘잠실·삼성·대치·청담’ 폭주…토허제 재지정 찬물 ‘촉각’ 

족쇄 풀린 ‘잠실·삼성·대치·청담’ 폭주…토허제 재지정 찬물 ‘촉각’ 

기사승인 2025-03-18 06:00:08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송파구와 강남구 아파트 단지 모습. 곽경근 대기자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지 이후 서울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 아파트 최고가가 이어지고 있다. 갭 투자, 거래 증가 등이 이어지자 정부가 토허제 재지정을 시사하며 부동산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8일 한국부동산원의 2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집값은 전월 대비 0.18% 상승했다. 이는 전월(0.04%) 대비 상승폭이 4배 이상 커진 것이다. 전국적으로 하락세가 이어진 것과 다른 온기다. 같은 기간 전국 집값은 0.06%, 수도권 0.01%, 지방 0.10%, 5대 광역시 0.10% 하락했다. 

서울의 나 홀로 상승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지의 영향이다. 지난달 서울시는 4개동(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에 위치한 아파트 305곳 중 291곳에 대한 토허제 지정을 해지한 바 있다. 이후 한 달간 송파구(0.94%), 서초구(0.74%), 강남구(0.68%) 등 상승세가 이어졌다. 

신고가도 곳곳에서 나왔다.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4차례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전 최고가는 지난해 12월 27억7000만원(10층)이었으나 지난 2월 28억1000만원(19층), 28억4000만원(20층), 28억8000만원(26층), 30억원(14층) 등 신고가를 매주 갈아치웠다.

잠실 ‘리센츠’도 같은 기간 전용 84㎡ 28억5000만원(21층), 전용 124㎡ 39억8000만원(23층)으로 거래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트리지움’은 전용 59㎡가 24억5000만원(24층)에 팔려 신고가를 경신했고 전용 114㎡도 31억5000만원(9층)에 거래되며 이전 최고가를 넘어섰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올 초부터 토허제 해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면서 “강남3구 위주로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게 나타난 것은 사실”이라 밝혔다. 

거래량도 급증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시 아파트 매매 건수는 4959건(14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 이후 서울 아파트의 월평균 거래량은 3000건 수준이었다. 그러나 토허제 해지 기대감이 반영된 지난 1월 거래량은 3360건(14일 기준)대폭 늘었다. 통상 실거래 신고 기간이 30일인 점을 감안 시 2월 거래량은 5000건을 넘을 것 전망됐다.

더욱이 갭 투자 의심 사례도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2월 ‘주택취득자금 조달 및 입주계획서’(자금조달계획서)에 임대보증금을 승계받고 금융기관 대출을 끼고 있으며 입주계획을 ‘임대’라고 써낸 강남 3구 주택구매 사례는 총 134건으로 조사됐다. 이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토지거래허가제 해제를 예고하기 전인 지난해 12월(61건) 대비 약 2.19배 증가한 수치다. 금액 합계로 보면 지난해 12월 1118억5700만원에서 지난달 2943억700만원으로 약 2.63배 늘었다.

서울 전체로는 232건(약 3243억원)에서 429건(약 6991억원)으로 증가했다. 강북 지역은 12건(약 91억원)에서 14건(약 112억원)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정부, 토허제 재지정 가능성…오락가락 비판도

집값 과열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 정부는 토허제 재지정 가능성도 내비쳤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의) 기폭제가 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주택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서울시와 면밀히 검토해 필요한 상황이 온다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적절한 행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지난 13일 열린 제13차 부동산 시장 및 공급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에서 “서울 주택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상승할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을 즉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약 한 달 만에 입장을 번복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오락가락 행정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차규근 의원은 “오세훈 시장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강남 3구를 중심으로 갭 투자 의심 거래가 크게 증가했다”면서도 “충분한 검토 없는 부동산 규제 완화는 또다시 시장 불안을 촉발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무책임한 부동산 규제 완화를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압구정, 여의도에서 보듯이 토허제 지정여부와 상관없이 최고가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단순히 토허제 해지로 가격이 오른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해지 전에도 강남3구와 잠실 일대도 계속 오름세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토허제 재지정 시 시장에 혼선이 커질 수 있다”면서 “정책 신뢰도 저하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유정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이재명 2심 무죄…‘환호와 탄식’으로 갈린 집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두고 유·무죄를 주장하는 단체들의 집회 분위기는 극명하게 갈렸다.서울고법 형사6-2부(최은정, 이예슬, 정재오 부장판사)는 26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선고를 기다리던 양측 단체는 무죄 소식에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