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료의 복귀를 막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일침을 가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4명을 향해 일부 의료계가 인신공격을 가하고 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강희경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등 서울의대·서울대병원 소속 교수 4명은 지난 17일 성명을 통해 “상대가 밉다고 해서 우리의 터전을 파괴할 것이냐”라며 전공의·의대생이 이제 의료 현장과 배움의 장으로 돌아올 때라고 했다. 의대 교수들이 복귀 거부를 종용하는 전공의와 의대생을 공개 비판한 건 처음이다.
이들 교수는 “정부와 달리 책무를 다하는 전문가의 모습으로 개혁을 이끌 것인지, 사회와 의료 환경을 개선하면서 우리의 근로 환경 역시 지속 가능하게 바꿔갈 것인지, 이를 위해 기꺼이 양보하고 도와가며 주도해 나갈 것인지, 아니면 계속 훼방꾼으로 낙인 찍혀 독점권을 잃고 도태될 것인지 결정해야 할 때다”라고 피력했다.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하은진 중환자의학과 교수는 18일 서울의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더는 침묵하고 싶지 않았고, 의료계에도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강 교수는 “의료대란을 겪는 이유는 정부가 의료계를 존중하지 않았고, 의료계도 정부를 믿지 않는 ‘존중의 결여’ 때문 아니었느냐”면서 “의료계에서도 서로의 자유 의지를 존중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강 교수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당신이 제일 오만하다”, “제발 좀 꺼져라”, “수준이 처참하다” 등의 인신 공격성 댓글이 잇따랐다. 의사 익명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는 ‘숙청’이란 단어까지 등장했다. 서울대병원 사직 전공의라고 밝힌 이용자는 “복귀자들이 어떤 식으로든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숙청하자”고 적었다. 의사들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한 참여자는 “을사년에 을사4적 납셨네”라고 비꼬았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부회장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교수라 불릴 자격도 없는 몇몇 분들께’라는 글을 올려 “병원장은 교수에게, 교수는 전공의에게 노동을 전가하고 있으며, 전공의가 없는 지금 교수는 이제 간호사에게 의사의 책무를 떠넘기고 있다”며 “교수는 전공의 부재를 핑계로 신규 간호사를 착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의대 교수 4인의 발언을 두고 더 이상의 혼란은 없어야 한다며 옹호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수도권 종합병원의 A신경과장은 “의대생과 전공의는 더 늦기 전에 각자 판단하고 복귀를 결정해야 한다”면서 “환자를 치료하고 생명을 구한다는 본분을 잊지 말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입장문을 내고 “환자를 버린 행위까지 감싸주는 의사 카르텔의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렸다”면서 “현장에서 환자를 지키고 있는 소수의 전공의를 응원한다. 이익을 위해 자리를 떠난 이들에게 부여하는 특례 말고, 수모를 겪으면서도 남은 이들을 향한 특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