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화장품업계 ‘톱2’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주주총회 분위기가 엇갈렸다. 25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LG생활건강은 연초부터 주가 반등에 성공한 아모레퍼시픽과 달리, 주가 부진에 대해 주주들에게 사과하며 미주·일본 중심의 구조 재편 계획을 밝혔다.
미국 시장 진출을 일찍부터 확대해 온 아모레퍼시픽과 달리, LG생활건강은 그동안 중국 시장 리브랜딩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고, 결국 글로벌 리밸런싱 전략을 꺼내들었다.

김승환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는 인사말에서 “지난해는 다년간 추진한 사업 전략 변화와 체질 개선의 결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며 “서구권 중심의 글로벌 리밸런싱 전략을 통해 해외 사업에서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실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5.7% 증가한 3조8885억원, 영업이익은 103.8% 늘어난 220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브랜드 포트폴리오 강화 △미국·유럽·인도 등 전략시장 집중 △이커머스 및 글로벌 리테일 채널 대응력 제고 △AI 기반 디지털 혁신 등 네 가지 전략을 추진한다. 최근 AI 기술 도입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은 이달 초 ‘아모레 챗(Amore Chat)’에 대한 상표 등록을 출원했다.
아모레 챗은 △챗봇 소프트웨어 △메이크업 제품 추천용 인공지능 탑재 로봇 △딥러닝 기반 고객 상담용 소프트웨어 등으로 분류됐다. ‘메이크온’의 신제품 출시를 비롯해 AI 피부 진단, 맞춤형 메이크업 솔루션 등 디지털 기반 서비스도 확대 중이다.
또 설화수·려 등 주력 브랜드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중국 사업 재정비와 국내 수익 기반도 함께 강화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창립 80주년을 맞아 ‘글로벌 브랜드 컴퍼니’로 도약하겠다”며 “자사주 소각과 중장기 배당 정책 등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도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지난해 실적 부진을 겪은 LG생활건강은 주주총회에서 주가 하락에 대한 해명과 향후 반등 전략을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매출이 6조8119억원으로 전년 대비 0.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7% 감소한 4590억원에 그쳤다. 당기순이익은 24.7% 증가한 2039억원을 기록했으나, 주가는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는 “주가 부진에 대해 저를 포함한 경영진이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며 “주주들께 죄송하며, 사업 경쟁력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미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영업 역량을 집중해 실적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중국 시장에 대해서는 “럭셔리 브랜드들이 고전 중이지만, 후(Whoo)를 중심으로 제품 경쟁력과 마케팅 활동을 지속해 단기 실적보다는 장기적인 브랜드 자산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은 앞으로 △미국과 일본 중심의 글로벌 리밸런싱 △트렌드 변화 대응을 위한 R&D 및 상품기획 강화 △AI 활용 콘텐츠 개발 등 디지털 주도 성장 전략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LG생활건강의 지난해 전략이 아모레퍼시픽에 비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작년은 K-뷰티가 글로벌 주목을 받은 해였다”며 “아모레퍼시픽은 미국에서 가능성을 확인해 코스알엑스를 인수했고, 인기 높은 뷰티 디바이스 시장에도 발 빠르게 진입했다”고 말했다.
반면 LG생활건강은 눈에 띄는 글로벌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뷰티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이 여전히 중요하긴 하지만, 수출국 다변화나 브랜드별 매출 분산 전략에서 적극성 차이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실제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라네즈, 이니스프리, 헤라, 바이탈뷰티 등 주요 브랜드의 매출을 고르게 분산하고 있다. 반면 LG생활건강은 ‘후(Whoo)’가 지난해 4분기 뷰티사업부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중국은 여전히 미국과 함께 럭셔리 브랜드의 핵심 시장”이라며 “코로나19 이후 경기 침체와 소비 둔화로 인해 현재는 사실상 더후 브랜드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첩 자생 에센스는 출시 16년 만에 누적 판매 1000만병을 돌파했고, ‘광군제’에서는 더후가 럭셔리 화장품 부문 판매 1위를 차지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