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을 시행한 지 6개월이 지난 가운데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수술 시행 건수가 35% 증가하고, 환자 대기기간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상급종합병원이 원래 목적인 중증·응급·희귀질환 진료에 집중하는 환경이 조성되며,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을 시작한 이후, 상급종합병원의 중증수술 건수가 2024년 9월 2만8000건에서 12월 3만7000건으로 35% 늘어났다고 9일 밝혔다. 같은 기간 중증질환 입원 환자 수는 16만명에서 19만명으로, 16% 증가했다.
중증 수술·응급·소아 등 적합질환 환자 비중의 경우 2024년 1월 44.8%에서 2025년 1월 52%로, 7.2%p 올랐다. 비중증 환자는 종합병원을 이용하면서 전체 진료량은 지난 2023년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이 의료현장에 안착한 결과다. 이 사업은 상급종합병원이 중환자 중심 병원으로 중증·응급·희귀질환 진료에 집중하기 위해 추진됐다. 뇌동맥류 수술, 암 수술 등 중증 수술을 시행하면 50% 가산을 해주는 내용이 담겼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환자를 진료하고, 비중증 환자는 종합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의료전달체계 재정립을 목표로 한다.
특히 중증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에서 빠르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 2차병원과 패스트트랙도 구축했다. 패스트트랙은 2차 병원에서 진료 받던 환자도 암, 급성백혈병 등 중증 의심 소견이 있는 경우 상급종합병원에서 최우선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41개소에 패스트트랙 제도가 구축되며, 환자의 진료 대기기간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에 따르면 A병원의 평균 진료 대기기간은 2~3개월인데, 패스트트랙 제도를 이용하면 48일을 단축할 수 있다. 가령 3월13일 2차 병원이 상급종합병원에 전문의뢰를 하면, 27일 진료를 볼 수 있는 식이다. B병원에선 급성백혈병으로 3월11일 전문의뢰를 한 바로 다음날인 12일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본 사례도 나왔다.
전문의뢰와 전문회송 건수도 크게 늘었다. 2차 병원에서 증상이 악화돼 상급종합병원에 의뢰한 건수는 지난해 11월 859건에서 올해 1월 7076건으로 증가했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봤으나, 중증이 아니라 2차 병원으로 돌려보낸 전문회송 건수는 같은 기간 4565건에서 1만8923건으로 늘었다.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이 집중해야 할 중증질환에 대한 분류기준도 의료계 등 의견 수렴을 통해 지속 보완 중이라고 밝혔다.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을 통해 상급종합병원이 진료량 경쟁을 벗어나 중증·응급·희귀질환 중심의 의료 질 제고에 집중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상급종합병원에 이어 2차 병원의 구조전환도 지원하고, 바람직한 의료전달체계의 확립을 이어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