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7월부터 정부가 입양 절차 전반을 책임진다. 지금껏 홀트아동복지회 등 민간 기관 중심으로 이뤄지던 입양체계가 정부 주도로 진행되면서 헤이그 국제아동입양 협약도 빠른 시일 내 비준될 전망이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 원장은 지난 8일 보장원에서 진행된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입양법이 오는 7월 시행되면서, 입양체계가 공공화 된다”며 “법적 기반이 마련된 만큼, 헤이그 국제아동협약도 서명한 지 12년 만에 비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헤이그협약은 국제입양으로 국가를 이동하는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며, 유괴와 인신매매 방지를 위한 입양의 절차와 요건을 규정하기 위해 1993년 헤이그 국제사법회의에서 채택하고 1995년 발효된 다자간 협약이다. 협약에는 아동을 중심으로 입양이 이뤄져야 하고, 국제입양은 최소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국제입양에 있어 국가의 책임과 국가 간 협조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원칙도 명시돼 있다.
한국은 지난 2013년 5월 진영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네덜란드 헤이그를 방문해 협약에 서명했다. 당시 정부는 2년 안에 국내 비준 절차를 마치겠다고 했으나, 10년이 넘도록 비준이 이뤄지지 못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해외입양을 보내는 나라다. 특히 해외입양을 보내는 아동 수도 많아 ‘고아 수출국’이라는 오명까지 썼다.
법적·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입양체계 공공화의 길이 열렸다. 지난해 국내입양에 관한 특별법과 국제입양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올해 7월19일 국가 중심으로 입양체계가 개편된다.
가장 큰 변화는 입양의 전 과정을 정부가 책임진다는 점이다. 그간 입양 제도는 민간에서 주도적으로 운영해 왔다. 이러한 탓에 해외 입양인들이 모국인 한국에 방문했을 때 여러 민간기관에 정보가 흩어져 있어 뿌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아동 권리 보장 측면에서 공백이 생겨도 공공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문제도 있었다. 앞으로는 아동의 보호 단계부터 예비 양부모의 입양 신청, 자격 검증, 아동·양부모 결연, 입양 사후 지원 등을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 지자체가 중심이 돼서 운영할 방침이다.
아동권리보장원은 입양정책위원회 사무국으로서 입양 신청과 자격 검증, 입양 사후 지원 등 국내외 입양 절차의 실무를 담당한다. 정 원장은 “그동안 입양인은 자신의 입양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민간 입양기관을 방문하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입양 신청 관련 정보 청구가 아동권리보장원으로 일원화된다. 이전보다 국민 편의가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양이 공공영역으로 넘어온 만큼 해외입양도 최소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입양체계가 공공화 되면 아무래도 정부가 하는 일이니, 해외입양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사실 아무리 정책이 좋아져도 (해외입양 최소화는) 하기 힘든 일이긴 하다. 국민들께서 품을 내어주셔야 한다. 보호대상 아동이 발생했을 때 가정위탁제도, 국내입양 등을 통해 보호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입양제도가 아동 권리 측면에서 바람직한 제도로 안착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입양가족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사후 지원을 위해서도 힘쓰겠다고 했다. 정 원장은 “입양부모께 ‘대단한 일을 했다’고 인사를 건네니, ‘대단한 일이 아니라 축하할 일이라고 말해달라’고 하셨다”면서 “입양도 출생과 마찬가지로 축하할 일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입양가족에 대한 편견이 있다 보니, 아이가 사춘기가 되면서 가정 내 어려움이 생겨도 도움 요청을 주저하는 경우도 있다”며 “인식 개선과 함께 입양가족의 심리상담·치료 등 지원을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