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의 한 예술고등학교에서 여학생 3명의 사망사고와 관련한 사건과 관련해, 전공 강사 교체에 따른 학내 갈등이 사망에 간접적 영향을 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해당 학교 교장이 과거 교감 재직 시절 강사 채용 비리에 연루됐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25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 A예중·예고 H 교장은 지난해 A예중 외부강사 채용 당시 특정 지원자에게 면접 질문을 사전에 전달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지원자는 H 교장의 대학 후배였으며, 같은 해 8월 실제 면접에 응시해 외부 강사로 채용됐다.
"평가위원도 기준 미달, 제안서 검토도 생략"
당시 채용 과정에서는 외부강사 선정 지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부산시동래교육지원청이 학교 측에 발송한 공문에 따르면, 외부강사 선정 시 평가위원은 평가 대상자와 친분·이해관계가 없는 5~7명으로 구성돼야 하며, 1차 제안서 평가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A학교는 평가위원을 4명만 구성했고, 제안서 평가는 아예 진행하지 않았다. 서류 진위 여부 확인도 생략됐다.
감사 결과, H 교장이 SNS를 통해 특정 질문을 해당 지원자에게 전달한 정황이 확보됐다.
이후 한 제보자가 관련 내용을 부산금정경찰서에 고발했고,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동래교육지원청은 지난해 10월 감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A학교에 ‘기관경고’, H 교장에게는 ‘경고’, 관련 교사 1명에게는 ‘주의’ 조치를 내렸다. 해당 지원자의 강사 채용은 결국 취소됐다.
이후 갈등 지속… 교체 강사와도 충돌
이후 채용된 강사는 H 교장과 무관한 인물로, 채용 이후 수업 방식과 커리큘럼 조율 과정에서 학교 측과 갈등이 이어졌던 것으로 파악된다.
예술계 한 관계자는 “현재의 강사는 원래 H 교장이 선호하던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학교와의 수업 방식 등에서 충돌이 잦았다”며 “이런 긴장이 누적되면서 학내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흐트러졌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갈등은 학생들의 실기 교육 안정성과 진학 준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고, 그로 인해 일부 학생들이 정서적으로 큰 압박을 느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당사자 학생 중 일부는 유서에서 ‘진로 스트레스’와 ‘실기 수업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경찰은 직접적인 인과관계 여부는 수사 중이라는 입장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H 교장이 지난해 징계를 받고도 불과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A예중·예고 교장으로 승진했다는 점이다. 교육계에서는 “사립학교라 하더라도 비위 사실이 드러난 교감이 바로 승진하는 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승진 배경을 두고는 뒷말도 무성하다. 예술계 한 인사는 “무형문화재 승무 이수자인 H 교장이 무용과 진학 실적 면에서는 성과를 내고 있어 일부 학부모들에게 신임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교사 사이에서는 전임 교육감과의 친소관계에 대한 많은 소문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A예중·예고에 대해서는 부산시교육청과 동래교육지원청이 특별감사를 진행 중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감사 중인 사안이어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밝혔다. 학교 측도 “교장은 현재 연수 중이고, 시험 기간이어서 관련 담당자와의 연락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