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오늘도 퇴사 고민…갈림길에 선 워킹맘

엄마는 오늘도 퇴사 고민…갈림길에 선 워킹맘

여성 지위 향상 위한 ‘여성의 날’
맞벌이 여성 10명 중 9명 퇴사 고민

기사승인 2022-03-08 13:49:20
초등학교 등굣길. 사진공동취재단

“오늘 아침도 전쟁이었다” 


8일은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 제정된 세계 여성의 날이지만, 워킹맘의 삶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다. 주어진 업무와 집안일, 육아라는 끝없는 일거리에 과로가 일상이지만, 그렇다고 지금까지 쌓아온 커리어에 종지부를 찍고 싶진 않다고 했다. 워킹맘인 친구들이 여성의 날인 이날 오전 출근길 전한 말이다. 

모두가 매일 비슷한 패턴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워킹맘 상당수는 이른 아침 출근 준비를 시작한다. 가족의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아이들을 깨운다. 어린이집·유치원·학교 등의 준비물을 빠지지 않고 챙겼는지 확인하고 아이들이 잘 입었는지 확인해서야 비로소 출근한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이날 해야 할 아이들의 숙제를 봐주고 청소, 세탁 등 밀린 집안일을 한다. 가끔 퇴근하고 놀이터에서 아이와 놀아주다가 늦은 시각이 돼서야 귀가한다. 이렇게 눈코 뜰새 없이 몸을 움직이다보면 자정이 되서야 일과가 끝난다. 

물론 남편도 집안일과 육아에 참여한다. 하지만 대체로 더 많이 포기하고 희생하는 쪽은 여전히 여성이다. “다 쓴 치약, 작아진 아이 내복 등 남편이 보이지 않는 부분이 아내에게만 보이는 신기한 능력 때문에 할 일이 많아지는 것 같다”(경기도 군포 김혜미씨) “아이들에게 엄마가 있다는 생각이 아빠에겐 기본으로 깔린 것 같다” (서울 양천구 백정은씨)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1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맞벌이 여성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시간은 남성보다 2시간 13분 더 많았다.  

가사노동도 고되지만, ‘돌봄 공백’은 언제나 워킹맘의 어깨를 짓눌러왔다. 

KB금융경영연구소의 '2019 한국 워킹맘 보고서'에 따르면 워킹맘 95%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퇴사를 고민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워킹맘들은 육아휴직 후 복귀, 어린이집·유치원 적응시기, 초등학교 입학 등 아이에게 ‘엄마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질 시기가 되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인다고 말한다. 

여성가족부 ‘2021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캡처

코로나19 사태는 이런 고민을 배로 만들었다. 소아·청소년, 특히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초등학생, 미취학 아동의 코로나 확진 사례가 늘어나면서 워킹맘들의 부담도 커졌다. 차라리 아이와 같이 확진되는게 낫다는 말이 엄마들 사이에서 나오지만, 워킹맘 입장에선 7일이나 격리되면 회사에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 확진된 아이만 두고 출근하는 것도 걱정이다. 

워킹맘 김은정씨(37)는 “아이를 맡길 곳이 없을 때 내 욕심 때문에 아이를 힘들게 하는 것 같을 때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과 가정이란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건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 고되다. 그런데도 많은 여성들이 일과 가정 사이에서 위태롭게 중심을 잡으며 사회로 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매일 갈림길에 서 있다. 아이들을 위해 학원비라도 벌겠다고, 우리 가족 잘 살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 직장에 나간다. 요즘처럼 코로나 확산세가 심한 시기에 학교, 돌봄교실, 학원에 온종일 아이를 맡기면서 일을 하는게 맞나 싶을 때도 있다” (초등 3, 2학년 자녀를 둔 임은희씨)

“부모님께서 늘 ‘우리 딸 눈치 보지 말고 직장가서 능력을 맘껏 펼쳐라’고 말씀하셨다. 맞는 말이다. 지금껏 해온 공부와 직장생활이 결혼을 위한 것이 아니지 않나. 아이 인생과 나(엄마)의 인생이 있다고 생각하는 만큼 엄마로서 할 수 있는 부분까지 최선을 다하려 한다” (초등 3학년 자녀를 둔 최고은씨)

“나라는 존재가 잊히지 않게 하고 싶다.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난 후 내 이름 석 자가 잊혀지는 것 같다.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가 아니라 내가 가장 나다울 때는 내 이름 석 자로 일할 때라고 생각한다” (7세 자녀를 둔 박인경씨)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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