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남 “특권 누린 적 없어”..정치권 ‘2030 젠더갈등’ 부추겨

이대남 “특권 누린 적 없어”..정치권 ‘2030 젠더갈등’ 부추겨

5년만에 바뀐 2030세대 남녀 표심...남성층 민주당에 돌아서
“‘82년생 김지영’ 방조한 건 이대남 아냐...그때 태어나지 않았다”
“정치인, 선거 승리 위해 젠더갈등 이용”

기사승인 2022-03-12 16:44:33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우리 모두를 위해, 성평등 사회로' 여성 유세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자들이 응원을 보내고 있다. 쿠키뉴스DB

대선이 끝났지만 이대남·이대녀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여론조사에서도 20대 청년세대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사회갈등을 젠더갈등(남녀갈등)이다. 특히 올해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2030세대의 젠더 갈등은 극명하게 보여줬다.

일반적으로 진보개혁 정당을 선호하는 젊은 층의 투표성향이 남녀에 따라 크게 갈린다. 이른바 이대남(20대~30대초 남성)은 문재인 정부 혹은 민주당을 심판하기 위해 윤석열 후보를 적극 지지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오히려 이러한 사실을 또다시 외면하고 있다. 이준석의 ‘세대포위론’이 실패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상황을 반전시킬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형국이다. 

이준석 ‘세대포위론’이 실패한 전략이었나

대선 결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당 대표인 이준석이 제시한 ‘세대포위론’이 실패했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압도적인 표차로 이길 줄 알았던 것이 박빙의 승부(0.7%p 표차)까지 갔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여성위원회 박지현 부위원장은 라디오방속에서 “이 대표의 혐오 정치 전략, 세대 포위론은 완전히 실패했다”며 “이 대표는 책임을 느끼고 정치권에서 떠나야 하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준석 대표가 제시해 온 ‘혐오 대전략’은 자유민주주의가 지향해 온 통합의 가치에 정면으로 저항하는, 금도를 어긴 전략이자 국민을 기만한 행태이기 때문에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이하 남성에서 이 후보는 36.3%, 윤 후보 58.7%를 지지도를 보였다. 20대 남성에서는 이 후보 36.3%, 윤 후보 58.7%로 나타났다. 30대 남성은 이 후보 42.6%, 윤 후보 52.8%로 조사됐다. 윤 후보는 20대 이하와 2030세대 남성들에게 비교적 높은 지지를 얻었다.

반면 2030세대 여성들은 같은 세대 남성들과 상반된 투표성향을 보여줬다. 20대 이하 여성에서는 이 후보 58.0%, 윤 후보 33.8%의 지지도를 각각 기록했다. 20대 여성은 이 후보 58.0%, 윤 후보 33.8%를 지지했다. 30대 여성은 이 후보 49.7%, 윤 후보 43.8%를 득표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 대선을 돌이켜보면 2030세대는 남녀 불문하고 민주당을 지지해 왔다. 19대 대선 당시 20대 남성은 당시 문재인 후보를 37%, 홍준표 14%, 30대 남성도 문재인 후보 59%, 홍준표 11%의 지지도를 보여줬다. 이어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 말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 자료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20대 남성 지지율이 87%에 달했다. 이를 감안한다면 5년 만에 2030세대 남성들의 투표 성향이 변해버린 것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진=임형택 기자

이대남 분노 근원…문재인 정부 ‘갈라치기’

20대남성으로 대변되는 이대남의 현 정부의 분노는 어느 때 보다 높다. 이와 관련 ‘20대 남자, 이대남은 지금 불편하다’라는 저서에서 이대남은 “‘82년생 김지영’을 방조한 건 이대남이 아니다. 우린 그때 태어나지 않았다”며 “여자들이 말하는 남자들의 특권을 한번도 누린 적이 없는데 남자여서 얻게 된 혐오는 왜 ‘이대남’에서 쏠리는가”라고 호소했다. 

‘일베의 사상’ ‘혐오의 미러링’이라는 저서를 낸 평론가 박가분은 중앙일보 칼럼에서 “민주당에 제대로 된 판단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2018년 초 80%에 육박한 청년 남성 지지율이 혜화역 시위를 계기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혜화역 사건이 시발점이 된 것은 홍대 회화과 실기 수업에서 촬영된 남성 누드모델 사진이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 올라온 것이다. 당시 커뮤니티에서 남성을 조롱·비하하는 댓글이 이어지자 경찰은 수사 끝에 동료 여성모델을 구속했다. 하지만 여성이 피해자인 대부분 몰카 사건과 달리 이번 사건을 경찰이 빠르게 수사해 피의자를 구속한 것을 두고 편파 수사라는 주장이 나왔다. 

문제는 정부 인사들마저 이들의 시위를 두둔했다는 것이다. 당시 김부겸 행안부 장관(현 국무총리)는 페이스북에 “우리 사회가 여성의 외침을 들어줘야 한다. 왜 저토록 절박한지 진지하게 경청해야 한다”며 “남성이라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혜화역 시위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이에 오세라비 작가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남충(한국 남성을 벌레에 비유) 같은 자극적 표현이 난무했던 혜화역 시위에 여성가족부 장관이 응원 나오는 등 극단적 페미니즘 창궐에도 일방적으로 여성 편에 섰다”고 비판했다.

취업난에 따른 박탈감도 한몫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일부 창업지원사업에서 특허권 보유자나 창업경진대회 입상자보다 여성에 최대 6배 높은 가산점을 부과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자 크게 분노했다. 

문 대통령의 일부 발언도 문제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9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20대 남녀의 국정지지율 차이와 관련한 질문에 “남녀 간 젠더 갈등이 심각하고 그런 갈등이 있다는 건 잘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게 특별한 갈등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한국의 젠더갈등은 외신도 주목하고 있다. 중국 매체가 20대 대통령 선거 결과를 두고 “정치인들은 승리를 위해 젠더갈등을 이용만 할 뿐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며 “그들이 젠더갈등을 구직난 등 사회 문제와 연결 지으려 하고 이런 상황 속에 대립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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