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4번인데 들어갈 수 있을까? 안 되면 퇴사해야 할 것 같은데”
매년 3월이면 돌봄교실 추첨 시즌이 돌아온다. 초등 2학년 자녀를 둔 위킹맘 이모(38)씨는 방과 후 아이들을 봐줄 사람이 마땅치 않아 학교에서 운영하는 돌봄교실을 신청했다. 신청자가 너무 많아 추첨을 해야 했다. 추첨 상자 속 합격 공이 간절했다.
이씨의 기대와 달리 ‘대기 4번’으로 탈락했다. 대기 17번을 뽑은 지인보단 나은 편이었지만 당장 코앞으로 닥친 돌봄 공백에 머리가 멍해졌다. 5월이 된 현재 대기 번호는 3번. 단 한 명이 줄었을 뿐이다. 이씨는 “지금은 학원 뺑뺑이로 버티고 있는데 여름방학이 다가오는 게 두렵다”고 토로했다.
추첨에서 탈락하고 가을께가 돼서야 돌봄교실에 들어간 경우도 있었다. 워킹맘 김모씨(39)는 “맞벌이 부부여서 돌봄교실이 되기 전까진 학원 수업을 계속 돌리고 먼 곳에 사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며 “애는 낳으라더니 (돌봄교실엔) 모두 들어갈 수도 없다. 그마저 3학년 넘어가면 신청도 못한다”고 말했다.
워킹맘이 돌봄교실에 목매는 이유
돌봄교실 부족 현상은 꾸준히 제기돼 온 문제다. 매년 초등학교 입학, 새학기 시기가 되면 워킹맘들은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고 말한다.
여성가족부의 ‘2021년 양성평등 실태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7명(68.9%)이 ‘가사·돌봄은 전적으로 또는 주로 아내가 한다’고 답했다. 맞벌이의 경우에도 10명 중 6명 이상(65.5%)이 여성 몫이었다.
이처럼 돌봄 부담은 여전히 여성에게 과중하지만 초등 돌봄 지원은 많지 않다. 돌봄 지원에 대한 정책이 쏠려있는 영유아 시기와 다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공적 돌봄 이용률은 영유아 68.3%인데 반해 초등학생은 12.5%에 불과하다.
때문에 워킹맘들 사이에서는 초등학교에 들어서면 직장 생활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후 1~2시면 학교 수업이 끝나기 때문에 부모들은 아이를 어디든 맡겨야 하는 게 현실이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상대적으로 더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어 돌봄교실은 늘 인기다. 지역 사회의 돌봄센터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워킹맘 입장에선 지역 돌봄센터까지 아이를 데려다주는 것도 부담이다. 학원 뺑뺑이에 마음이 쓰인다면 아예 직장을 관두는 수밖에 없다고 워킹맘들은 입을 모은다.
초등 돌봄교실, 여성 근로 참여 늘려
실제 경력단절 여성을 연령계층별로 살펴보면 30대가 가장 많다.
지난해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 기혼여성의 고용 현황’에 따르면 15~54세 경력단절 기혼여성 144만8000명 중 30~39세 여성이 65만5000명(45.2%)으로 가장 많았다.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반 출산한 아이가 학령기에 접어드는 시기와 비슷하다.
한국개발연구원 한성민 연구위원의 ‘여성 경제활동 증가에 대응한 초등 돌봄 체계 개선방안’ 보고서(2021년 6월)을 보면 자녀가 초등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경우, 여성의 근로 참여 확률은 이용하지 않는 여성과 비교해 7.8%p(포인트) 높았다. 평균 근로시간도 주당 4.7시간 늘어났다. 돌봄 공백이 여성의 경제활동에도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