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속 많은 야심과 도전이 숨은 드라마.’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를 집필한 문지원 작가는 작품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의 말처럼 ‘우영우’는 이야깃거리가 많은 작품이다. 매 회 방송이 끝나면 ‘우영우’가 건드린 불편한 부분에 대한 담론이 터져 나오고, ‘우영우’가 비춘 사회의 어두운 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우영우’는 쉽지 않은 길을 걷는다. 소수자를 다루는 걸 넘어 전면에 내세운다. 주인공부터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다.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했지만, 회전문을 지나가기도 힘겨워한다. 그는 법전을 통째로 외우고, 한 번 본 건 그대로 기억하는 천재다. 하지만 자폐 특성상 타인의 감정에 쉽게 공감하지 못하고 자신의 세계에 갇혀있다. 김밥집을 운영하는 아버지에게 자기가 좋아하는 김초밥을 사다 주고, 일로 만난 사람에게도 자신이 좋아하는 회문을 응용해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라며 스스로를 소개한다. 상대 반응을 살피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고래 이야기를 하곤 한다.
‘우영우’는 그런 우영우(박은빈)가 수많은 사람을 만나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 과정에서 사회가 보듬지 못한 여러 약자를 직접 비춘다. 결혼을 원치 않던 예비신부의 이야기를 그리며 그가 성 소수자임을 넌지시 드러내거나, 우영우 같은 고기능 자폐(서번트 신드롬)가 아닌 현실적인 자폐 장애인을 사건의 주요 인물로 설정한다. 탈북민 사건에서는 편부모인 그의 모성애를 강조하면서도 욱하는 모습을 함께 배치하고,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주변 눈치를 보거나 고분고분한 모습을 그리지 않는다. 도로 건설을 두고 지역 주민과 지자체가 갈등을 빚은 소덕동 에피소드도 인상적이다. 수도권 집중 현상 너머에 자리하는 지방인의 설움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우영우와 이준호(강태오)의 러브라인을 전개하며 지적 장애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둘러싼 법적공방을 동시에 다룬다.
‘우영우’는 소수자를 있는 그대로 그린다. 이들의 아픔을 비극적인 서사로 활용하지 않고, 사건을 대하는 변호사 우영우의 시선에서 본질만 다룬다. 일상 속에 소외층을 배치하며 이들이 마주한 어려움을 담담히 비춘다. 소수자를 타자화하지 않고 이질감을 줄이면서, 기존 드라마가 그려왔던 ‘소수자다움’을 배제한다. 틀린 게 아닌 다르다고 말해주는 것. 소수자도 하나의 개인으로서 오롯이 존재한다는 것. 소수자도 결국 ‘우리네’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 이런 식으로 ‘우영우’는 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한 꺼풀 걷어낸다.
‘우영우’에는 뚜렷한 악당(빌런)이나 공공의 적이 없다. 우영우가 마주한 현실 속 편견이 그의 앞에 놓인 가장 큰 장벽이기 때문이다. 극에 등장하는 소수자 역시 여러 형태의 편견에 맞선다. 탈북자에 대한 편견, 자폐인에 대한 편견, 마을에 대한 애정이 아닌 보상금을 노리는 것이라는 편견… 어려움에 처한 소수자를 돕는 건 또 다른 소수자, 우영우다. 우영우는 변호사로서 의뢰인을 두둔하며 그들의 행복을 추구한다. 소수자가 소수자와 함께 나아가는 이야기에는 시혜적인 시각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구원자와 피구원자 관계에서 벗어나며 ‘우영우’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더욱 분명해진다.
“자폐인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만들라고 하면 창작자 대부분은 여러 시청자가 편하게 이입할 수 있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그의 입장에서 자폐인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전작인 영화 ‘증인’이 정확히 그런 구성이었어요. 하지만 ‘우영우’는 주인공이 자폐인인 우영우예요. 비자폐인이 시청자와 자폐인 사이 매개가 되는 게 아닌, 이상하고 낯선 우영우와 시청자를 직접 소통하게 하는 거죠. 이런 드라마니까 더더욱 다양성을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난 2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우영우를 극의 화자로 설정함으로써 얻는 효과는 뚜렷하다. 시청자는 자연스럽게 소수자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이해한다. 우영우에게 우호적인 시청자들은 극에 나오는 소수자도 조금 더 온정적인 시선으로 받아들인다. 이 같은 선순환 구조를 쌓아간 ‘우영우’는 매 회 소외됐던 이들을 이야기 소재로 내세우며 한 번쯤은 생각해 볼 주제를 던진다. ‘우영우’가 추구하는 다양성은 우리 사회에도 포용력을 불어넣고 있다. ‘우영우’가 앞으로 그려갈 이야기를 기대하는 이유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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