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10~20대들에게 중국 간식 탕후루가 인기인 가운데, 일부 한국 음식에 탕후루 이름을 붙여 부르는 유행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탕후루는 딸기·포도·샤인머스캣 등 과일을 꼬치에 꽂아 설탕을 바른 후 굳혀 먹는 중국 전통 간식으로 일종의 과일 사탕이다. 탕후루가 국내에서 인기 간식으로 자리잡으며 멸치볶음은 멸치 탕후루, 콩자반은 블랙빈탕후루, 고구마 맛탕은 고구마 탕후루라고 하는 등 한국 전통 음식에 탕후루를 붙여 부르는 유머글이 온라인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앞서 파프리카나 인절미 등 과일이 아닌 다른 음식에 설탕을 입히는 게 유행하면서 발생한 현상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대한민국에서 탕후루가 잘 팔리는 이유’라는 글에서 작성자는 “조선시대부터 선조들이 탕후루를 만들어 먹었다”며 멸치볶음과 콩자반 사진을 첨부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우리 집 아이들에게 블랙빈탕후루 해줘야겠네요” “멸치 탕후루에 견과류 넣어 먹으면 난리납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지난 30일 한 아이돌 멤버가 팬들과 영상으로 소통하면서 도넛을 밀가루 탕후루라고 표현해, ‘밀가루 탕후루’가 X(옛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순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유행을 접한 시민들은 “멸치볶음이 탕후루의 조상이었다”는 등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해당 글을 공유했다. 유튜브와 블로그에는 고구마 맛탕 만드는 법을 소개하는 글이 ‘고구마 탕후루 레시피’라는 제목으로 다수 올라오기도 했다. 취업준비생 이모(25)씨는 “이탈리아 음식인 피자에 파인애플을 올리고 하와이안 피자라고 부르지 않냐”며 “원래도 바꿔 부르는 현상이 있었다. 문제 될 것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 전통 음식을 탕후루에 비유해 유머로 소비하는 일이 불편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인터넷을 많이 보는 아이들은 탕후루가 붙은 음식을 진짜 이름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어 경계하게 된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22)씨도 “이런 유행이 지속되면 나중에 한국 음식을 중국 음식으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생길 것 같다”고 했다. 직장인 김모(27)씨는 “지금도 옷 가게에선 치마 대신 스커트라고 부른다. 미용실도 헤어숍이라 부른다”며 “지금은 유행이지만, 나중에는 정식 단어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굳이 탕후루라고 이름 붙여 부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 중국 누리꾼들이 한국 전통 문화와 음식을 중국 것이라고 억지 주장을 펼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00년대 초 동북공정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부터 한복을 중국 전통의상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선 한복을 입은 여성이 나와 중국 오성홍기를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또 한국 전통춤인 부채춤을 중국 민간 전통무용 형식 중 하나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중국 쓰촨성 지역의 채소 절임 음식인 파오차이를 김치의 기원이라고 했다. 당시 국내 누리꾼들은 김치를 파오차이라 부른 연예인의 방송하차 청원글을 올리는 등 크게 분노했다.
시민들은 과거와 비슷한 일이 반복될까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대학생 최희수(24)씨는 “한국 전통 음식이나 반찬, 간식 등에 중국 음식 이름을 붙여 유머로 소비하는 건 한국 음식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중국인들이 한국인들도 한국 음식을 탕후루라고 부른다며 자신들 음식이라 주장할까 봐 겁난다”고 말했다. 한 누리꾼은 “유행을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며 “원래 언어와 문화는 이런 식으로 뺏기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도 이 같은 유행을 두고 “중국에게 억지 주장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홍보전문가로 알려진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일부 중국 누리꾼들의 가장 큰 억지 주장 중 하나가 한국이 본인들의 문화를 훔쳤다는 것”이라며 “중국의 문화공정이 굉장히 심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 같은 유행이 과하게 지속되면 중국 누리꾼들이 자신들의 문화를 또 뺏어간다고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이어 서 교수는 탕후루의 인기에 대해 “다른 나라의 문화가 한국에 들어오는 건 막을 순 없다”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머로 만든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상황이 과해지거나 오래 지속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예능을 다큐로 받을 순 없다. 하지만 웃고 넘기는 콘텐츠로만 여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