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기사 인력난 해소를 위해 추진한 ‘선원 일자리 혁신방안’이 이르면 다음달 시행된다. 그러나 오랫동안 지적되어 온 선원 실습생의 노동 환경 개선 방향은 혁신방안에 포함되지 않아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력난이 심각하다는 해운업계의 지적은 전부터 이어졌다. 지난 7월 해운업계는 오는 2030년 한국인 해기사의 공급이 수요에 비해 2710명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 부족은 점점 심해져 2040년에는 3605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5일 전문가들은 해기사 인력난을 두고 본인의 삶의 질을 중시하는 청년 세대가 배를 탈 이유가 많이 줄었다고 평가한다. 김진권 한국해양대학교 해사대학장은 “선내는 인터넷도 잘 되지 않고, 아무래도 본인의 사적인 시간을 쓰기 어렵다”며 “무엇보다 6개월 승선 뒤 2개월 휴식을 취하는 사이클이 MZ 세대에게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외항상선 해기사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9%의 국내 해운회사가 6개월 이상 승선계약을 체결하고 있었다. 현재 한국해양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모(23)씨는 “선내 해기인력이 부족한 경우 6개월에서 8개월, 길게는 12개월 이상 승선하는 경우도 있다”며 “반면 유럽 등 해외 선사는 3개월 승선, 3개월 휴가가 원칙인 경우가 많아 해외로 이탈하는 국내 해기사도 많다”고 전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같은 달 7월 선원 일자리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승선 기간 및 유급휴가를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으로 개선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외 선사들의 평균에 맞춰 근무 개월 수를 줄이고 휴식기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근로소득 비과세 금액 확대 △해상-육상 근무 유연 전환 등의 방안을 발표했다.
해수부 선원정책과 관계자는 “청년 세대 이탈을 막고 국내 해기 인력을 늘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올 초부터 개선 방향을 논의해온 만큼 이달 말쯤 윤곽이 잡힐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음달 중에는 시행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업계는 이번 혁신방안 시행이 고무적이라고 평가하지만, 일각에서는 오랫동안 문제가 된 선원 실습생의 노동 환경 해결책이 포함되지 않아 아쉽다고 주장한다.
선원 실습생이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은 예전부터 있었다. 선원인권포럼이 올해 초 발간한 ‘2022년 승선실습생 인권통계’ 에 따르면 승선 실습을 마친 학생 815명 중 25%(204명) 이 선내 폭력 행위에 대해 ‘드물게 있다’ 고 답변했다. △가끔 있다 96명(11%) △자주 있다 39명(4.7%) △빈번하게 있다 37명(4.5%)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폭력을 직접 경험한 학생들은 156명 중 76명이 ‘혼자 감내한다’고 답했다. 얼마 전 실습을 마친 해양대학교 학생 A씨는 “취업에 불이익이 있을까 봐 부당행위를 경험해도 신고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습생은 선원과 비슷한 시간을 일하지만 실습비는 턱없이 적다. 선박별로 차이가 있지만, 2000년대 초반 30만원 선으로 굳어진 실습비는 아직도 40만원을 웃돈다. 해수부 관계자는 “실습은 교육이나 노동 둘 중 하나로 명확히 구분짓기 어렵다”며 “현재 선사별로 표준 계약서를 통해 (실습비를) 지급하고 있지만 관련 법안은 따로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실습생이 노동 강도에 비해 턱없이 적은 임금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선박들은 실습 선원 인력이 필요하지 않고, 도의적인 차원에서 실습생을 받는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예산 문제가 있는 선박회사 입장도 이해가지만, 학생들에게 주는 실습비가 십여년 전과 비슷한 것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