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세입자 싸움에 끼어드는 경찰 왜?

시공사―세입자 싸움에 끼어드는 경찰 왜?

기사승인 2009-01-21 17:51:04

[쿠키 사회] 경찰과 철거민 사이 충돌은 서울 용산 참사가 처음이 아니다. 2005년에는 경기도 오산 세교택지개발지구에서 경찰과 철거민이 54일 동안 대치하다 강제진압이 이뤄졌다. 충돌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재개발 관련 집회에 경찰이 배치되는 경우도 많다.

이해당사자가 아닌데도 경찰과 철거민이 반복해서 부딪치는 것에 대해 경찰측은 “불법행위를 방지하고 해결하기 위해 개입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반면 철거민과 인권단체는 “경찰이 끼어들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재개발 지역에서 조합과 시공사, 세입자 사이 분쟁은 사인간 다툼 성격이 짙다. 결국 돈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권단체들은 “경찰이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고, 개입하더라도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경찰이 사인간 분쟁에 개입하면 조정자 역할을 하거나 약자를 편드는 것이 이치에 맞다”면서 “경찰력 동원은 국가가 사인간 분쟁에 개입하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대부분 철거민 집회가 불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개입 여지가 크다는 판단이다. 서울시내 한 경찰서 경비과장은 “2명 이상이 모여 미신고 집회가 이뤄지면 불법을 해소하기 위해 개입하게 된다”고 했다. 경찰은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있는 ‘범죄의 예방과 제지’가 근거라는 생각이다.

경찰은 전국철거민연합이 그동안 보여온 폭력행위가 자동 개입을 이끌었다고도 주장한다. 정보과 경찰 사이에서 온순한 사람들을 교육해 과격하게 만드는 단체로 인식되고 있다. 한 경찰서 정보과장은 “전철연이 개입하면 사태가 꼬이겠구나 하는 생각부터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철거업체가 동원한 용역업체 직원들 폭력 행위에는 왜 경찰이 가만히 있는거냐”며 전철연의 폭력성이 문제라는 지적은 본질에서 크게 벗어난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철거민들이 과격해지는 이유가 재개발 관련 정책들이 상대적으로 힘이 센 재개발조합이나 시공사 위주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관련 제도가 개선돼야 경찰과 철거민의 충돌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분양가를 현실화하고 차액을 환수한 뒤 세입자들이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을 현실에 맞게 공급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권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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