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사’ 화재원인 놓고 공방…엇갈리는 발화 지점

‘용산 참사’ 화재원인 놓고 공방…엇갈리는 발화 지점

기사승인 2009-01-22 23:41:01


[쿠키 사회] 서울 용산 참사를 불러온 화재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에 최대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누가 직접적으로 불을 냈는지에 따라 향후 검찰 수사의 큰 줄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검찰은 철거민측이 준비한 화염병 때문에 불이 났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그 과정이 고의에 의한 것인지, 과실인지, 미필적 고의인지는 수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화재 시점 재구성=경찰이 작성한 상황 보고 자료에 따르면 화재는 지난 20일 오전 7시10분쯤 발생했다. 경찰특공대가 2차례 컨테이너를 타고 옥상 진입 작전을 마친 지 16분 만이다. 불이 났을 때 경찰특공대원과 철거민은 옥상 위와 망루 안에서 치열한 대치를 벌이고 있었다.

경찰은 망루 안에서 난 화재가 오전 7시25분 망루 전체로 번졌다고 파악했다. 사망자 6명은 불이 번진 15분간 몸을 피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망루 4층에 있던 농성자들은 일부만 망루를 빠져나온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숨진 농성자 5명의 시신은 망루 4층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고의냐, 미필적 고의냐=검찰은 화염병이 시너에 옮겨 붙은 것이 발화 원인이라고 추정했다. 다만 농성자들이 불을 내기 위해 화염병을 던졌는지, 실수로 화염병을 떨어뜨렸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농성자들이 특공대원에게 해를 입히기 위해 일부러 화염병을 던졌다면 고의에 해당돼 향후 사법 처리 과정에서 강한 처벌을 받게 된다. 현행법상 사망에 이르게 한 고의성 방화죄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형에 해당된다. 살해의 목적은 아니었지만 화염병이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던졌다면 재판부가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 실수라면 비교적 덜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된다.

◇엇갈리는 '발화 원인'과 발화 지점 공방=철거민측과 시민단체로 구성된 용산철거민사망사건진상조사단은 기자회견을 열고 "농성자들이 망루 안에 인화 물질이 있음을 충분히 알고 있었는데 어떻게 화염병을 던질 수 있었겠느냐"고 주장했다.

자살 행위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농성 중 부상당한 철거민 지모(39)씨는 "화염병 솜이 경찰이 쏜 물대포에 젖어 불이 붙지 않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반면 부상을 입은 특공대원 김양신(33) 경사는 "철거민이 3층에서 던진 화염병이 2층 바닥에 닫자마자 불이 확산됐다. 번지는데 1초도 안 걸렸다"고 말했다. 경찰도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검찰은 망루 3층에서 불이 확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초 발화지점이 망루 1·2·3층 가운데 어디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바닥에서 올라온 불이 3층에 모여있던 시너통에 옮겨붙으면서 화재가 커졌다는 것이다. 김 경사는 2층을 발화 지점으로 목격했다. 건물 밖의 다른 목격자들은 컨테이너가 망루에 부딪치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불이 났다고 말한다.

서울지방경찰청이 공개한 현장 동영상에는 최초 발화가 망루 옆인 것으로 나타났다. 용산역을 등지고 보면 초기 화재는 건물 옥상 왼편에서 발생했고, 나중에 망루가 타들어가는 장면이 보인다.

경찰 물대포는 발화 지점에서 망루 쪽 방향으로 향했다. 따라서 망루 안에서 밖으로 던진 화염병이 시너가 뿌려져 있던 옥상 바닥에 떨어져 불이 붙었고, 물대포가 불길을 망루 쪽으로 돌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권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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