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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연예] “담배를 줄여야 합니다. 술을 끊어야 합니다. 커피를 줄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녀를 먼저 잊어야 합니다. 새벽이 오네요. 이제 가요. 당신은 나를 만난 적이 없어요.”
1997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김세영의 ‘밤의 길목에서’ 도입부다. 당시 이 노래는 내레이션을 삽입하는 독특한 형식으로 음악인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고운 목소리에 미소년 외모로 데뷔하자마자 돌풍을 일으킨 김세영(37). 한 편의 드라마같은 역경을 이겨내고 변함없는 목소리로 팬들을 찾았다. 정확히 10년 만이다.
지난 14일 온·오프라인으로 발매된 미니앨범 ‘지나간…’에는 신곡 3곡과 편곡된 ‘밤의 길목에서’가 수록됐다. 이 앨범은 지난 10년간의 방황과 고통 그리고 깨달음이 집약된 한 편의 모노드라마를 연상시킨다. 김세영의 청아한 음색은 더 깊어졌다. 그간의 아픔을 삭히듯 애절한 가사 표현력이 돋보인다. 김세영은 10년 만의 복귀를 위해 지난해 2월부터 음반 작업을 시작했다. 200여곡 정도를 수집, 재수정해 3곡을 완성시켰다.
타이틀 곡은 ‘처음 해 본 이별’이다. 정혁진이 작사·작곡한 곡으로 이별과 그리움에 대해 노래했다. 수록곡 ‘지나간…’은 그룹 K2의 멤버였던 작곡가 이태섭이 만든 슬픈 발라드다. ‘그대에게’는 미디엄 템포의 밝고 경쾌한 곡이다. 김세영이 직접 작사한 곡으로 사랑하는 이에게 고백하기 적당할만큼 감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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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길목에서’를 데뷔곡이자 히트곡으로 만든 뒤 돌연 자취를 감춘 김세영. 10년 동안 팬들과 떨어져 지낼 수 밖에 없었던 그의 사연은 기구했다. 김세영은 ‘밤의 길목에서’를 통해 스타가 됐고 앨범 판매량도 많았지만 정작 돈 한 푼 만져보지 못했다. 소속사와의 악재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1998년 타 소속사로 거처를 옮겼지만 둥지를 튼 지 3개월 만에 회사가 부도났다. 계약을 중도 파기할 수 없어 1년6개월을 꼬박 기다려야만 했다. 1999년 12월 2집 앨범을 발표했지만 소속사 자금 문제로 한 달 밖에 활동하지 못했다. 2000년에는 소속사와의 마찰로 3집 앨범 발표가 무산됐다. 그러던 중 8년 동안 자신을 기다려준 지금의 동갑내기 아내와 결혼식을 올렸고 생활을 꾸리다보니 밤무대를 전전하게 됐다.
“데뷔하자마자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갑자기 추락할거라 상상하지 못했어요. 게다가 밤무대는 고수입을 올릴 수 있는 곳이라 현실에 안주하기 쉽죠. 하지만 잊혀져 가는 가수로 남고 싶지 않아 2006년 밤무대 활동을 완전히 끊었어요. 그리고 아내에게 2년만 참아달라고 부탁했죠.”
그가 다시 녹음실에 들어가 마이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가족 때문이다. 특히 다섯살 된 딸을 위해 이를 악 물었단다. “최양락씨가 요즘 예능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하고 있잖아요. 최양락씨의 복귀 이유가 아들이 브라운관에서 활동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싶어서라고 하던데 제 상황과 똑같더라고요. 딸이 지난해 ‘아빠가 TV 속에서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을 하는데 가슴이 저미더라고요.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주는 가수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김세영은 12년 만에 녹음실에서 ‘밤의 길목에서’를 다시 부를 때 만감이 교차했단다. “이 노래는 족히 만 번 이상 부른 것 같아요. 데뷔 초에는 감흥 없이 내지르기만 했죠.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부르니 울분을 속으로 삭히는 느낌이 나더라고요.”
김세영은 미니앨범 표지를 한참 바라봤다. 그리고 나무 위에 홀로 앉아있는 새를 가리키며 10년 동안 암흑에서 지냈던 자신의 처지와 흡사하다고 토로했다. “지난 10년의 공백은 가수 김세영에게 무의미하지만 인간 김세영을 훈련시킨 귀한 시간이에요. 최정상에서 밑바닥까지 극과 극 인생을 살면서 많은 걸 깨닫게 됐습니다. 제 나이 37세이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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