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환경에서 미국 하버드대로 유학을 떠나 의사가 된 이젤딘은 이번 전쟁 중 환자들을 치료하고 유창한 히브리어로 이스라엘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며 가자지구의 참상을 알렸던 인물이다. 그런 그의 삶은 지난 16일 오후 4시5분을 기점으로 돌이킬 수 없이 변했다. 이스라엘 탱크의 공격으로 가자 북부 자발리야 집에서 차를 끓이던 큰 딸과 숙제를 하던 어린 두 딸, 조카가 숨진 것이다.
BBC 중동지역 편집인 보웬이 27일 그의 집을 찾았다. 죽은 딸들의 책꽂이에는 먼지만 수북이 쌓였고, 부서진 잔해로 어지러운 1층에는 분홍색 빗과 가방이 나뒹굴었다. 이젤딘은 딸들을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특히 대학 졸업을 1년 앞둔 큰 딸 비산은 지난해 그의 아내가 암으로 죽은 뒤 어린 아이들의 엄마 역할을 해왔다. 그는 몇 번이나 눈물을 흘리며 “비산은 남자 100명보다 나았다”고 흐느꼈다. 그는 “가족들의 삶은 파괴됐지만, 여전히 평화를 믿는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아베드 라보의 무너져 내린 집 잔해 속에서 알 아템나는 터지지 않은 지뢰를 로이터통신 기자를 향해 흔들었다. 놀란 기자가 빨리 내려놓으라고 하니 “걱정마라. 죽는다 해도 아쉬울 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떠날 때는 집의 일부분이라도 남아있겠지 했는데 와보니 잔해뿐이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삶은 비극의 연속이었다. 2006년에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18명의 가족 친지가 목숨을 잃었고, 집이 부서졌다. 2007년 2월, 다른 곳으로 옮겼지만 폭격으로 또 파괴됐다. 그는 “우리 스스로 삶을 다시 시작할 희망이 없다. 옮겨가는 곳마다 무너진다”고 말했다. “전투 중에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백기를 들고 다녔다”는 그는 “두 아들이 택시 기사를 하며 생계를 이어갔는데 택시 두 대 모두 심하게 파손됐다”고 상황을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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