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이명박 대통령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중용하는 이유는 뭘까. 이 대통령은 퇴임식도 하지 않은 강 장관을 청와대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장관급)에 내정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내정한 지 이틀 만이었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성급했던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공기업 개혁, 수도권 규제완화 등 이명박 정부의 주요 개혁과제 청사진을 제시해온 비중있는 조직이다.
강 장관은 현 정부 인사중 ‘MB노믹스’를 가장 잘 아는 인물이다. 7·4·7, 한반도 대운하, 규제완화 등 이 대통령의 주요 공약들이 강 장관의 손을 거쳐 완성됐다. 강 장관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을 지냈고, 대선 캠프에서는 정책조정실장, 일류비전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지냈다. 강 장관 본인도 “MB노믹스 대부분은 내 손을 거쳤다”고 여러차례 말한 바 있다.
때문에 강 장관을 계속 중용한 것은 ‘이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꿀 생각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론에 밀려 강 장관을 교체하지만, MB노믹스의 기본 방향은 바꾸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28일 “현 정부의 경제정책의 최고 책임자는 이 대통령 본인이다. 그것은 대통령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강 장관은 MB노믹스의 집행자였을 뿐이다”고 평가했다.
강 장관 교체 요구는 지난해 중반부터 계속돼왔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이유는 두가지 정도였다고 한다. 강 장관에 대한 공격이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는 인식과 강 장관만큼 이 대통령을 잘 이해하는 관료가 없다는 점이었다.
강 장관은 사석에서 “나에 대한 공격은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다. 참여정부때 야당이나 언론이 김병준 교육부총리를 공격했지만, 실제로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얘기하곤 했다.
강 장관에 대한 공격은 MB 정부의 경제정책을 흔들기 위한 공격이라는 인식이다. 이때부터 여권 핵심인사들 사이에서는 “경제위기는 강 장관 탓이 아니라 세계경제 위기 때문”이라는 ‘외부요인론’이 확산됐다.
이 대통령은 새로운 사람을 잘 쓰지 않는 독특한 인사스타일을 보여왔다. 안국포럼 출신 초선의원은 “강 장관만큼 이 대통령을 잘 알고 있는 관료가 어디에 있느냐”고 말했다. 때문에 여권 내부에서는 ‘강 장관은 기획재정부 장관에서 물러났지만, MB노믹스의 집행자로서의 역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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