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연쇄살해…병든 사회가 살인마 길렀다

또 연쇄살해…병든 사회가 살인마 길렀다

기사승인 2009-01-30 23:19:01


[쿠키 사회] 연쇄살인의 충격이 또 다시 우리 사회를 덮쳤다. 밤길 공포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경기도 서남부지역에서 여성 7명을 살해했다고 자백한 연쇄살인범 강호순(38)은 각각 20명과 13명을 살해한 유영철(38)과 정남규(39)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유영철이 2004년, 정남규가 2006년 검거됐으니 우리 국민들은 거의 2년마다 한번씩 희대의 살인마를 만나는 셈이다.

범죄전문가들은 연쇄살인범의 잦은 등장은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를 지닌 사람들이 양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사이코패스는 ‘타인에게 해를 끼치도록 태어난 사람’이다. 사회 규범을 잘 지키지 않고 쉽게 공격성을 표출하며 과시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정석훈 전문의는 강씨가 다른 연쇄살인범들처럼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는 “짧은 기간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범행한 점과 죄의식을 보이지 않는 태도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들 연쇄살인범 3명은 불우한 성장 과정에서 여러 차례 좌절을 겪은 뒤 사회가 암묵적으로 합의한 질서를 파괴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자신의 현실 조건에서 성취하기 힘든 욕망은 끔찍한 범죄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이코패스가 우리 주변에 상당수 있고, 앞으로 더 생길 수 있다고 본다. 시장 만능주의와 공동체의 해체, 약육강식을 당연시하는 분위기 등이 사이코패스를 낳는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마을, 동네 개념이 사라지면서 개인을 집단의 구성원으로 결속시킬 수 있는 끈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다른 가치는 사라지고 오로지 돈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궁극적으로는 정직하지 않은 방법으로 돈과 권력을 획득해도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사이코패스를 키우는 원인이다. 박형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욕망 충족을 위해서는 어떤 행동도 괜찮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연쇄살인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사이코패스가 형성되더라도 극단적 폭력으로 이어지는데는 10년 정도 기간이 필요하다. 주로 사춘기 때 좌절을 경험하고 20대 후반이나 30대에 타인을 향한 폭력이 시작된다. 이들 연쇄살인범 3명은 모두 30대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초범에 대한 적극적 교정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또 경찰의 도심외곽 순찰 확대, 범죄감시용 폐쇄회로 TV 설치, 개인의 주의도 연쇄살인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으로 제시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공동체를 재건하고 양극화 현상을 해소해 사회를 따뜻하게 만들어야 연쇄살인범의 출현을 막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기석 조국현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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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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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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