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경기도 연쇄살인 사건 피의자 강호순의 얼굴 공개 여부를 놓고 경찰이 딜레마에 빠졌다.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피의자 얼굴 공개는 안되지만 잠재적 범죄자의 범행 의지를 약화시키는 범죄 예방과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얼굴을 노출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높기 때문이다.
사건을 수사중인 경기경찰청 수사본부 이명균 강력계장은 지난 31일 수사 상황 브리핑에서 “우리도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만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 따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해 고민을 드러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강력사건 피의자 얼굴은 언론에 자연스럽게 공개됐다. 94년 지존파, 96년 막가파 사건의 경우 피의자 얼굴과 육성이 그대로 노출됐다.
경찰은 2004년 경남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당시 미성년자인 피의자 인권 보호문제가 대두되면서 모자와 마스크를 씌우기 시작했다.
또 인권위가 2005년 피의자 호송 업무 개선을 권고하면서 경찰은 직무규칙에 ‘경찰서 내에서 피의자와 피해자의 신원을 추정할 수 있거나 신분이 노출될 우려가 있는 장면이 촬영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조항을 새로 만들었다. 이에 따라 유영철(2004년), 정남규(2006년) 등 연쇄살인범 얼굴은 국민들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범죄 예방효과가 큰 만큼 반인륜적 범죄자는 얼굴을 공개해야한다는 여론이 높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얼굴 공개에 따른 공익이 크다고 판단되면 강력 사건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하고 있다.
지난 29일 미국 뉴욕타임스는 한 이민자를 폭행해 숨지게 한 10대 피의자 6명 얼굴사진을 그대로 실었다. 또 지난해 12월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 파티장에서 총기를 난사해 8명을 살해한 용의자 사진이 공개됐다. 일본에서도 지난해 6월 도쿄 아키하바라에서 ‘묻지마 살인’을 저지른 피의자 얼굴이 곧바로 언론에 노출됐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46) 교수는 “인권 선진국에서도 사회적 해악이 심각한 범죄의 경우 피의자 인권보다 범죄 예방효과라는 더 큰 사회적 법익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