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연쇄살인범 강호순을 둘러싼 의혹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수도권 일대에서 발생하고 미제로 남은 여성 실종·사망 사건에 개입했는지가 주목된다. 강의 말대로 피해 여성들이 순순히 그의 차에 올라탔는지도 미스터리다.
◇여죄 있나=경찰은 5건의 실종·사망 사건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강의 짓일 개연성이 가장 큰 사건은 2004년 경기도 화성시에서 발생한 여대생 노모(21)씨 변사 사건이다. 실종 정황과 시신 주위 흔적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노씨는 교외 버스정류장에서 사라졌고, 수풀에서 발견된 시신은 옷이 벗겨져 있었다. 다만 옷을 태우지 않고 주변에 버린 점, 시신을 매장하지 않은 점은 밝혀진 7건과 다르다.
강이 노씨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나면 그가 진술한 범행 동기는 거짓말이 된다. 강은 경찰 조사에서 장모와 네번째 아내가 화재로 숨진 뒤 범행에 나섰다고 했다. 화재가 난 시점은 2005년 10월30일로 노씨가 실종된 지 1년 후다.
경찰은 경기 화성의 곽모(30·여)씨 사망 사건은 시신 발견 장소가 강의 동선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점에서 연관성을 찾고 있다.충남 서천에서 발생한 2건의 실종·사망 사건과 인천의 50대 여성 실종 사건도 강이 각각 해당 지역에 주소지를 뒀다는 이유로 수사를 재개했다.
경찰은 강이 그동안 가입한 보험이 30여개이고 타간 보험금도 최소 8차례 6억6000만원이라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그는 1999년 덤프트럭 화재,2000년 순대국집 화재,덤프트럭·승용차 전복으로 보험금 1억8000만원을 탔다.이어 장모 집 화재로 보험금 4억8000만원을 챙겼다.경찰은 강이 가입한 보험과 다른 범죄 사이 관련성을 분석 중이다.
◇자발적으로 차에 탔을까=강이 살해한 여성 중 4명은 버스정류장에서 승용차에 올라탔다가 변을 당했다. 강은 "강제로 태우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20, 30대인 피해 여성 상당수가 30대 후반 낯선 남자의 동승 제안에 선뜻 응했을지는 의문이다.
경찰은 일단 강의 진술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여성 중 한명은 돈을 아끼기 위해 여러 차례 다른 사람의 차를 얻어탔다는 증언이 있다"고 밝혔다. 강은 에쿠스 승용차 구입 이유에 대해 "여자를 태우기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부 유족은 "남의 차에 쉽게 탈 사람이 아니다"며 반발하고 있다.
◇2007년 말 겨울 행적 묘연=강은 주로 겨울에 범행했다. 2006년 말부터 2007년 초까지 5명을, 지난해 말에는 2명을 숨지게 했다. 11월 1건, 12월 3건, 1월 3건이다. 그런데 2007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는 범행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다. 기간을 더 확대하면 2007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22개월 동안 평범하게 살았던 셈이다.
범죄 전문가들은 이 기간을 일종의 냉각기로 봤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살인을 통해 맛본 쾌락과 죄책감이 그의 내부에서 싸우는 기간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월 강이 맞선 상대를 성폭행하려 한 사실을 감안하면 그 겨울에도 범행 충동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권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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