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살인범 34명과의 인터뷰… “살인이 제일 짜릿”

[단독] 살인범 34명과의 인터뷰… “살인이 제일 짜릿”

기사승인 2009-02-02 20:5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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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연쇄살인범 중에는 살인을 기쁨으로 생각하고 죄책감도 느끼지 않은 '살인마'도 있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형민·강은영 연구위원은 지난해 8∼9월 연쇄살인범 14명을 포함한 살인범 34명을 면접 조사했다. 두 사람이 면접 조사를 토대로 작성한 논문 '살인범죄의 실태와 유형별 특성'에는 연쇄살인범의 '살인의 추억'이 자세히 나온다.

"살인이 제일 짜릿했다"

2006년 부녀자 등 13명을 살해하고 검거된 정남규. 그는 면접 조사 과정에서 "절도, 성폭행, 살인 가운데 살인이 제일 짜릿했다"고 말했다. 정남규는 "내 힘으로 조절하기 힘든 충동이 있다"며 "비오는 날 범죄 충동을 더 느낀다"고 털어놨다. 심지어 그는 "범행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흥분되고, 범행을 하면 오히려 상쾌하다"고 했다.

2006년 경기도 안양·군포 여성 연쇄납치 살인범 김모는 "당구를 치면 천장에 당구공만 보이듯 그것(범행)이 떠올랐다"며 "귀찮은 것을 없애기 위해 살인했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 등은 정남규와 김을 쾌락추구형 연쇄살인범으로 분류했다. 살해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것이다. 강호순도 같은 유형이다. 지난해 전남 보성 연쇄살인범 오모(당시 70)는 살인 자체를 즐기지 않았으나 욕정을 채우려 했다는 점에서 같은 범주에 넣었다.

"살해할 때 내 가족 생각"

김은 "살해 때 든 생각이 뭐냐"고 묻자 "가족이 나 때문에 피해를 입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그는 이어 "가족이 경제적으로 자리잡아가는데 체포돼 미안함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피해자에 대해서는 "(살해하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더 잔인한 일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정남규도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은 안 든다고 했다. 그는 "많이 죽이는 게 목적이었고,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실패를 우려해 범죄 전 술을 마시지 않았고, 빨리 도망치기 위해 담배도 거의 안 피웠다고 털어놨다. 두 연구위원은 "피해자를 쾌락을 위한 도구로만 인식하고 있을 뿐 피해자와 공감하는 능력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반면 아내의 불륜을 계기로 3명을 살해한 A와 금품을 빼앗기 위해 여성 2명을 해친 중국인 B는 피해자에게 미안한 감정을 내비쳤다. 두 연구위원은 A와 B를 각각 분노형과 이득추구형 연쇄살인범으로 분류했다.

불우한 어린시절

연쇄살인범들은 유형에 관계 없이 대부분 경제적·정서적으로 어려운 어린시절을 보냈다. 정남규는 면접 조사에서 어린시절 어른 남성에게서 성추행당한 사실을 거론하며 "그때 충격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정남규의 판결문에는 그가 학창시절 주변 어른 남성에게 변태적 성행위를 강요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적혀 있다.

A도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사망했으며, 육성회비 문제로 교사를 폭행해 학교를 그만뒀다. 7남매 중 누나 1명이 남고 나머지는 다 사고로 숨진 사실도 털어놨다. B도 "아버지가 가르쳐주지는 않고 뭐든지 알 것을 요구했다"면서 공황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박 연구위원은 "단순 절도나 폭행 등에서 연쇄살인으로 발전하는 만큼 최초 범죄 때 적극적인 교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권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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