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트너 힘든 첫 날…2조 달러 구제금융안 발표

가이트너 힘든 첫 날…2조 달러 구제금융안 발표

기사승인 2009-02-11 21:2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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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지구촌] '오바마노믹스(오바마 경제정책)의 수장' 티머시 가이트너(47) 미국 재무장관의 공식 무대 데뷔 첫날인 10일(현지시간)은 그의 20년 공직생활 중 가장 길고 힘겨운 하루였다. 가이트너는 첫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최대 2조달러의 구제금융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워싱턴과 월가의 반응은 모두 싸늘했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이날 뉴욕 증시는 지난해 12월 이후 최대폭으로 떨어졌고, 협조를 구하기 위해 찾아간 의회에서는 "전임 정부와 달라진 게 없다"는 질책만 듣고 돌아서야 했다.

◇냉담한 반응=가이트너의 하루는 숨가빴다. 오전 11시 워싱턴 재무부 청사에서 구제금융안을 발표하고 CNBC방송과 취임 후 첫 생방송 인터뷰를 가진 데 이어 오후 2시30분에는 의회의사당을 방문해 의원들을 만났다. 하지만 그의 하루 성적표는 주간 타임의 표현처럼 "완벽한 실패(complete flop)"였다.

오전 11시 가이트너가 구제안을 발표하자마자 추락하기 시작한 뉴욕 다우지수는 결국 381.99포인트(4.62%)나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11월 그의 재무장관 내정 소식에 주가가 3일 연속 상승한 것과 대조됐다. 경륜과 냉철한 판단력 덕에 '시장이 신뢰하는 관료'로 불리던 가이트너가 '주가 폭락의 주범'으로 전락한 셈이다. 에단 해리스 바클레이스 캐피털 수석연구원도 "충격적일만큼 실망스런 안"이라고 평했다.

3시간30분이나 계속된 상원 금융위원회의 마라톤 청문회에서는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의 존 케리 상원의원은 "납세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부실자산을 어떻게 털어낼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부족하다"고 공격했고, 공화당의 리처드 셀비 의원도 "구체안이 어디 있느냐"고 따졌다. 의원들의 불만은 가이트너에게는 치명적이다. 7000억달러 가운데 3500억달러의 집행만 남겨둔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의 자금이 바닥나면 당장 의회에 추가 자금을 요청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인은 폴슨 전 재무장관?=미 언론들은 가이트너의 발표 내용이 예상보다 모호했다는 데서 실망의 원인을 찾았다. 계속되는 정부 노력에도 월가의 신용경색이 쉽게 풀리지 않는 이유는 금융기관이 안고 있는 부실자산의 처리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 "가이트너는 이날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겠다고 했지만 부실자산 가치를 어떻게 산정할지에 대한 가장 핵심적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평했다.

일각에서는 세부안을 공개하지 않은 가이트너의 발표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가이트너가 상황이 변할 때마다 앞의 발표를 뒤집는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의 '오락가락 정책'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세부안을 발표에서 제외했다는 것.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ABC방송 인터뷰에서 주가 폭락에 대해 "(월가가) 쉬운 탈출구를 희망하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런 건 없다"고 일축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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