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시맨’은 맛있다…거부할 수 없는 몇가지 반가움

‘오이시맨’은 맛있다…거부할 수 없는 몇가지 반가움

기사승인 2009-02-11 11:49:03

노래하는 이민기를 발견하는 즐거움
한국영화 속에서 치즈루를 만나는 기쁨

[쿠키 영화] 영화 ‘오이시맨’은 맛있다.

호텔 코스요리 아니어도 맛있다

작은 영화에 호텔 코스 요리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오이시맨’은 고가의 권리금에 보증금, 임대료의 거품을 뺄 수 있는 한적한 변두리의 소담한 식당이지만 요리에 대한 자존심을 지닌 주인장이 만들어낸 맛난 음식이다. 조미료가 만들어내는 감칠맛, 불량재료가 보여주는 화려한 색감을 빼고 담백하지만 씹을수록 단맛이 도는 일품요리다.

상처를 열어라, 영화가 보인다

영화는 ‘삶의 맛’에 대해 다분히 관조적으로, 등장인물들의 사연 깊숙이 들어가지 않고 마치 풀샷처럼 지켜본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는 현석(이민기 분), 메구미(이케와키 치즈루 분), 재영(정유미 분)이 구체적으로 어떤 날들을 살아왔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앞뒤가 맞아 떨어지는 스토리를 좋아한다면 밋밋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조금만 자신에게 난 상처의 문을 열어 영화와 소통해보면, 상처를 입은 주인공들이 제 나름의 방식대로 세상을 살아내고 있다는 것과 상처의 깊이가 오롯이 느껴져 올 터이다. ‘허스’로 섬세한 감성적 연출력을 보여줬던 김정중 감독은 이번에는 상처 입은 사람들의 지나온 ‘스토리’가 아니라 오늘의 고독한 ‘상처 감성’ 자체로 관객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이케와키 치즈루와 한국이 섞여 들어갈 때…

‘오이시맨’에는 거부할 수 없는 몇 가지 매력이 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이케와키 치즈루를 우리 영화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반갑다. 이민기와의 대화에 섞어 드는 일본어와 한국어, 서툰 영어가 친밀함을 더욱 높인다.

정유미는 짧은 출연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음주 장면에서 실제로 술을 마셔 업혀 나갔다는 장면은 현실감 넘친다. 진짜 술을 먹어서만이 아니라, 여느 여배우에게서 보기 힘든 엉뚱함과 솔직함이 보이는 정유미의 특유의 연기가 빛을 발했다.

특별출연으로 이름을 올린 박철민, 조희봉의 명품 조연 연기는 조금 더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있다. 100% 애드리브로 박철민 특유의 운율을 느낄 수 있는 노래교실 사장의 대사, 까칠한 사운드 엔지니어로 분한 조희봉의 예의를 가장한 냉소적 말투와 표정은 영화에 생생함을 더한다.

노래하는 이민기, 고독해서 더 맛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맛있는 것은 이민기다. 김 감독이 표현했듯 “지금까지 보여준 것은 수면 위로 보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해온 이민기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또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귀 이상으로 자기 안에서 절대음감을 잃어가고 있는 뮤지션의 외로운 싸움을 느낌 있는 무표정과 어눌한 말투로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또 가수인 김현석을 연기하기 위해 직접 노래를 부르는데 솜씨가 일품이다. ‘네안데르탈인II’을 부르는 김현석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실제로 이민기는 배우 데뷔 전부터 가수를 꿈꿔왔고, 영화 ‘오이시맨’을 계기로 지난해 11월 일본의 세계적 뮤지션 프리템포의 ‘Power of love’ 앨범에 참여하기도 했고 ‘민기 리’라는 이름으로 전설적 시부야계 프로듀서 스즈키 신이치가 결성한 ‘하우스 유닛 위크엔더스’와 싱글 앨범을 내기도 했다.

작은 영화의 소중한 성공 이어질까

지난해 가을 제작비 6억 5000만원의 ‘영화는 영화다’가 관객 130만 명의 사랑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작은 영화의 흥행 성공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는 영화다’가 배급사의 수익금 횡령으로 소송이 제기되는 등 안타까운 상황이 초래된 것과 별도로, 제작비 1억 원의 ‘워낭소리’가 8일 현재 30만의 흥행 신화를 일구고 있고 단돈 1000만 원으로 만든 ‘낮술’이 개봉 전부터 호평을 받으며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찍은 제작비 치고는 적은 액수인 6억 원으로 탄생한 ‘오이시맨’. 제작비 열 배 이상으로 배우들의 에너지가 넘쳐나는 이 영화에도 관객들의 관심과 사랑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홍종선 기자
dunastar@kmib.co.kr
홍종선 기자
dunastar@kmib.co.kr
홍종선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