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특급호텔 위생은 ‘비특급’

대구 특급호텔 위생은 ‘비특급’

기사승인 2009-02-13 09:3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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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대구지방식약청은 10일부터 대구·경북지역 호텔·백화점 중식당 주방 16개를 대상으로 위생실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중식당 주방의 위생실태가 여론의 도마위에 오른 것이 조사 배경이다.

12일 오전, 대구지방식약청과 함께 A호텔에 대한 전수조사에 동행, 취재했다.

특급호텔 후드도 기름때 범벅

두명으로 구성된 식약청 조사단은 오전 11시30분, 대구지역의 한 특급호텔 중식당 주방을 찾았다. 휴가 중인 주방장을 대신해 일행을 맞이한 요리사들의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대구지방식약청 식품안전관리과 김성근 계장과 이경민 주무는 40분간 주방 곳곳을 돌았다. 후드 안쪽에는 시꺼면 기름때가 잔뜩 끼여있었다. 후드망은 빠져 있었다. 프라이팬 거치대는 온통 기름 범벅이다.

조사단은 지적 사항을 쏟아냈다. "후드 상태가 불량하네요. 후드망은 왜 다 빼놨지요. 깨끗하게 씻어서 빨리 끼워 넣으세요. 이러면 유분(油分) 증기가 응고돼, 다음에 조리를 하면 그대로 음식물에 떨어질 확률이 높잖아요."

조사단은 프라이팬 거치대와 프라이팬을 가리키며 "아무리 깨끗하게 씻어도 더러워지잖아요. 거치대를 빠른 시일내에 바꾸도록 하세요"라고 주문했다. 요리사들은 "시정조치 하겠습니다"를 연발했다.

6개 관리항목 가운데 2개 불량

10여분쯤 지났을 무렵, 이 호텔 조리부장이 펜과 메모지를 들고 나타났다. 김 계장이 조리대쪽으로 이동했다. 세 종류 도마의 용도를 묻고 확인했다. 이 주무는 주방 한쪽에 놓인 조미료뚜껑을 살폈다. 세균 세척이 어려운 나무로 만들어졌다. 이 주무는 또 뚜껑조차 없는 철재 통에 홍합·새우 등 해산물이 담겨져 있는 걸 확인했다.

이 호텔 중식당 주방에는 조리대와 배수대가 나란히 배치돼 있다. 이 역시 지적대상이다. 조리대에서 한꺼번에 다양한 작업을 하는 탓에 교차 오염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조사단은 2m 높이의 스테인리스 벽 설치를 지시했다. 조리부장은 조사단의 지적 사항을 부지런히 메모했다.

조사를 마친 조사단은 이 호텔에 과태료 50만원을 부과했다. '식품 등의 위생적 취급에 관한 기준 관리' 항목 6개 중 2개항에 대해 불량 판정을 했다.

김 계장은 조리부장과 요리사를 불러모았다. "특급호텔답게 대체로 양호합니다. 하지만 후드와 프라이팬 기름때는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기름을 많이 사용하는 중식당 특성상 늘 청결하게 유지하는 게 힘들겠지만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김 계장은 호텔 주방 점검이 끝나고 호텔을 빠져나오는 차 안에서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살기 힘든 요즘에는 단속하는 게 쉽지 않다"며 "개개인이 알아서 위생점검을 하고, 깨끗한 요리를 소비자에게 판매하면 얼마나 좋을까요"라고 말했다.

◇교차 오염(cross contamination)= 식품이나 의약품의 세균 오염을 총칭하는 말이다. 고급 호텔 중식당의 경우 통상 채소·어류·육류·과일·가금류 등을 함께 작업하는데, 이 과정에서 원재료에 잠복된 세균이 다른 재료로 옮겨가는 경우가 있다. 세균에 오염된 음식을 먹으면 식중독 같은 병에 걸리게 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대구=영남일보 심지훈기자 sim@yeongnam.com

고세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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