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자격증 따놓자…실직대비 응시생 급증

택시기사 자격증 따놓자…실직대비 응시생 급증

기사승인 2009-02-13 19:04:01


[쿠키 사회] 경기불황으로 택시기사 자격 시험 응시자가 급증하고 있다. 실직자가 늘고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낮은 급여에도 불구하고 택시기사가 되려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다.

13일 오전 서울시 택시기사 자격 시험이 실시된 서울 잠실동 교통회관. 강한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시험장에는 응시생들로 꽉 찼다. 입실 한시간 전부터 시험장에 들어 온 응시자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예상 문제집을 풀었다. 응시자의 3분의 2 정도가 40, 50대 남성이었으나 여성과 청년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매주 280명 수준이던 응시생은 최근 평균 420명 으로 급증했다. 운송조합 박재영 인력관리부장은 “경기 불황으로 미래가 불투명해 택시 운전기사 자격을 따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라며 “지난해 12월 말을 전후로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격 시험은 서울 지리와 교통 법규 등 80문항으로 60점을 넘으면 예비 택시기사가 된다.

시험에 첫 응시한 남모(51)씨는 “개인 사업을 하다 경기가 어려워 시험에 도전하게 됐다”며 “시내에 빈택시가 많지만 식구들을 먹여 살리려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응시자 장모(56)씨는 “생활이 어려워 꼭 붙어서 기사가 되어야 한다”며 “승용차 운전을 10년 넘게 해서 잘 할 자신이 있었는데 막상 문제를 보니 도로명도 다 바뀌고 웬 다리는 그렇게 많은지…”라고 말했다.

응시자는 늘었지만 택시업체는 여전히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이날도 시험장 주변에는 택시업체 수십곳의 직원들이 나와 예비 택시기사 ‘모시기 경쟁’을 벌었다. 조합에 따르면 서울시 택시업체는 총 255개, 영업용 택시는 2만3000여대다. 매주 합격자가 250명 안팎이어서 인력이 남을 것 같지만 대부분 2∼3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퇴직해 인력난은 계속되고 있다. 중견 택시업체 실장인 박영태(56)씨는 “택시 회사 배차율이 50∼80%에 불과해 노는 차가 많다”며 “시험장에 와서 한명 유치해 봐야 나가는 사람이 더 많다”고 전했다.

당장 취직하기 위해서보다 미래를 대비해 ‘보험용’으로 택시 자격증을 따는 사람도 많은 것도 인력난의 원인이다. 대학 졸업을 앞둔 김태훈(27)씨는 “당장 택시 기사로 취업을 할 건 아니지만 뭐든지 미리 따두면 좋을 것 같아서 응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 택시업체 관계자는 “서울에만 일반 택시와 개인 택시 통틀어 7만여대가 있어 공급 과잉 상태”라며 “경기 불황이 계속되면 택시업체도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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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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