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내년부터 서울 시내 각급 학교장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향상 정도에 따라 인사상 이익이나 불이익을 받게 된다. 매년 성과급 지급이나 연수 및 포상, 전보 등에서 우선권을 따내려면 자신이 맡은 학생들의 주요 과목 학력부터 끌어올려야 하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17일 이러한 내용의 교장·교감 평가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학습부진 완화 및 학력격차 해소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국가 수준의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 서울 지역에 기초학력 미달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학생 성적 안 오르면 교장 불이익=방안에 따르면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의 성취 수준별 향상도가 내년 3월부터 공·사립 초·중등학교의 교장과 교감 인사에 반영된다.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지난해보다 오른 상위 3%의 교장과 교감은 승진이나 교장 중임, 전보 및 연수, 성과급 지급과 포상 등 인사 시 우대하는 대신 하위 3%에 들면 불이익을 준다는 게 시교육청 방침이다. 사립학교 교장·교감의 경우에는 재단에 결과를 알리기로 했다.
시교육청은 이달 중 전문가 자문과 의견 수렴을 거쳐 평가 항목을 만들고 세부 계획을 수립한 뒤 오는 5월 확정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올해 치러지는 진단 및 성취도 평가의 결과는 지난해 결과와 비교해 2010학년도 교원 인사에 반영하기로 했다.
더불어 학습 부진 학생이 밀집한 학교에는 지원이 강화된다. 시교육청은 해당 학교들이 우수 교장을 영입할 수 있도록 초빙교장제 실시 요청권을 주거나 교육감이 직권으로 초빙교장 학교를 지정하기로 했다. 또 지정된 장학사가 해당 학교를 맡아 관리하는 담임 장학사 책임지도제를 도입하는 한편 해당 학교에 대한 컨설팅 장학이나 예산 지원 등 체계적 지원 대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지원금은 기초학력미달자가 많은 순으로 초·중·고 250여곳을 선정해 학교마다 5000만∼1억원씩 지원하고 이를 학력 신장 운영비로 쓰게 할 계획이다.
◇교육 열악 지역 기피 심화 우려=시교육청은 같은 학군에서도 학교마다 학력 차가 있는 점으로 미뤄 학교장의 지도력과 교사들의 열의에 따라 학업 성취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 지역에서 기초학력 미달자가 많이 나온 이유로는 교사들의 동기 유발 부족과 교육격차 해소 사업의 성과 관리 미흡 등을 꼽았다. 또 평가 결과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되지 않는 상황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을 중심으로 거부 분위기까지 조성돼 시험이 느슨하게 치러졌다고 자평했다.
이에 대해 교육계 내부에서는 정확한 처방을 위한 진단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 간 학력 차는 학교 교육으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소득 격차와 지자체 지원 수준, 개별 사교육 의존 정도 등이 영향을 미쳐 나타난 복합적 결과라는 것이다.
이처럼 문제가 일시에 해소될 수 없는 상황에서 학력성취도 수준을 인사에 반영하면 교원들의 지역별 선호도가 더욱 극명하게 갈릴 수 있다. 교육 환경이 열악한 지역일수록 기피 현상이 나타나는 반면 교육 특구로 불리는 강남권 학교에 대한 선호도는 더욱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교육청의 정책에 대해서는 채찍만 있을 뿐 제대로 된 당근은 없다는 지적이 있다. 교장들이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일선 교사들을 압박하기 시작하면 내부 불만이 누적돼 학교 운영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학생들에 대한 인성 교육이 소홀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업 성취만이 아니라 학생 인성교육이나 생활지도 등 학교를 평가하는 다른 영역도 많은데 이번 조치는 너무 성급하다”며 “채찍보다는 충분한 지원 계획을 수립하는 게 우선”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성적 향상 위주의 교육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지적하면서도 공교육 회생을 기대하고 있어 시교육청의 이번 방안을 두고 교사들과 다소 온도차를 보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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