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2007년 1월4일 오후 6시30분 서울 묵정동 제일병원 310호실. 환자복을 입은 한 재소자가 김수환 추기경에게서 세례를 받았다. 김 추기경은 본인의 세례명인 스테파노를 그의 세례명으로 골라줬다.
재소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40여년 보좌한 동교동계의 좌장 권노갑 전 의원이다. 권 전 의원은 당뇨 합병증으로 교도소에서 나와 병원 치료를 받는 중이었다. 그는 19일 김 전 추기경에게서 받은 감동을 털어놨다.
권 전 의원은 2006년 12월29일 김 추기경 앞으로 편지를 한 통 썼다. "하나님이 계시다면 세상이 이렇게 불공평하지 않을 것이다. 죄없는 내가 왜 이렇게 고통을 받아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엿새 뒤 김 추기경의 비서신부에게서 "추기경께서 그곳으로 가신다"는 전화를 받았다. 김 추기경은 1시간여 동안 권 전 의원에게 세례를 줬다.
만남 3일 뒤 김 추기경이 편지를 보냈다. 김 추기경은 "새해에는 자유로운 몸이 되시고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사랑 안에 머무는 사람은 하나님 안에 머물고 하나님도 그 안에 머문다고 하셨습니다"고 적었다.김 추기경은 또 영어 공부에 열심이던 그에게 영어성경을 보내줬다.
권 전 의원은 오는 28일 팔순의 나이에 미국 하와이대 아시아센터로 1년 과정 유학을 떠난다. 그는 "교도소에서 손자들 사진과 김 추기경의 편지가 큰 위로가 됐다"면서 "2007년 2월 출소한 뒤 지난해 1월1일에 세배를 드렸는데 올해는 입원중이어서 인사를 드리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