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미국 정부의 2010년도 예상 재정적자는 미 국내총생산(GDP)의 10%에 달하는 1조3000억달러. 지난주 발효된 7870억달러짜리 초대형 경기부양법안을 포함할 경우 적자 규모는 2조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2013년 정부 재정적자를 최근 몇년 적자 평균인 1조달러의 절반 수준인 5330억달러까지 축소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2010년 예산안을 26일 의회에 제출한다고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들이 22일 보도했다.
◇칼 빼든 오바마=오바마가 염두에 둔 방안은 전비(戰費) 축소와 세금 인상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이라크 철군이 예정대로 이뤄질 경우 오바마 정부는 연간 900억달러의 전쟁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세금 인상은 기업 및 부유층을 대상으로 다각도로 진행된다. 2011년부터 25만달러 이상 고소득자 세율은 현행 35%에서 39.6%로, 자본소득세는 15%에서 20%로 높아진다. 헤지펀드 등의 투자수익도 현재의 15%에서 35% 수준으로 대폭 상향 조정된다. 이외에도 일정량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은 2012년부터 정부로부터 추가 배출 쿼터를 구입해야 한다.
이런 조치를 통해 오바마 정부는 조세부담률을 현행 16%에서 19%(2013년)로 끌어올리는 한편 GDP 대비 재정지출 비율은 26%에서 22%로 낮추기로 했다.
◇현실성 논란=오바마 플랜은 정부 지출을 통한 경기부양과 재정적자 축소라는, 반대 방향으로 뛰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선언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회의를 낳고 있다. 계획 자체가 경기회복이라는 불확실한 전제 위에서 출발한다는 것도 문제다. 2년 후 경기가 회복돼 실업 급여 등 사회보장 비용이 감소하고 세수가 증가하면 목표 달성은 가능하겠지만 경기회복이 늦어질 경우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경제위기 와중에 반기업적 중과세 정책을 발표하는 부담 역시 크다. '해외 수익에 대한 즉각 과세' 조항은 벌써부터 재계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정부는 향후 10년간 500억달러의 수익을 얻겠지만 재계는 사업 위축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며 재계와의 전쟁을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이라크 철군으로 절약한 돈이 아프간 추가 파병으로 상쇄될 가능성이 높다며 전비 절약 효과에 의구심을 표한다.
오바마는 예산안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21일 주례 라디오 및 인터넷 연설에서 "균형 예산 없이 성장도 없다"며 "필요한 곳에 투자하고 필요 없는 부분은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23일에는 의회 지도자들과 경제학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백악관 균형 예산 정상회담'에서, 이어 24일에는 첫 상·하 양원 합동 연설을 통해 경제정책에 대한 설득을 계속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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